LG화학이 LCD 유리기판 증설을 보류한다. 글로벌 경기와 LCD 시황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 2014년에 이은 두 번째 유보다. 철회 가능성도 제기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LCD 유리기판 투자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7000억원을 들여 유리기판 라인을 증설하려던 계획을 유보했다.
LG화학은 2012년 7000억원을 들여 파주 공장에 2·3호를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0.5㎜ 두께 8세대 유리기판을 만들어 LG디스플레이에 공급할 계획이었다. 8세대는 가로 2200㎜, 세로 2500㎜ 크기 유리기판이다. 40인치대 LCD TV에 주로 사용된다.
LG화학은 2014년 3월 한 차례 투자를 연기했다. 그동안 설비를 추가하지 않아 현재 1호 라인만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CD 유리기판은 박막회로를 증착하는 얇은 유리판이다. 내열성, 내화학성, 표면 품질 처리 기술 장벽이 높다. 세계 수요가 17조원에 이르는 거대 시장이지만 코닝, 아사히글라스, 일본전기초자 등 소수 기업만 과점한다. 부가가치가 높아 LCD 패널 업체는 불황에 허덕여도 유리기판 제조사는 40%대 기록적인 영업이익률을 기록한다.
LG화학이 유리기판 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핵심 소재 의존도에서 벗어나 디스플레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LG그룹 차원에서 사업이 추진됐다.
LG화학은 지난 2009년 독일 유리제조업체인 쇼트(Schott AG)와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11년 공장을 완공하고 2012년 가동했다.
LG화학이 증설 투자를 미루는 건 LCD 시장 상황과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LCD 공급과잉으로 시장이 악화된 상황에서 무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LCD 패널 가격은 올해만 해도 연초 대비 37%까지 급락하며 디스플레이 제조사를 압박하고 있다. LG화학으로서는 자칫 증설했다가 공급을 못하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LG화학은 태양광 제품 원료인 폴리실리콘 투자도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를 보류한 바 있다.
LG화학 유리기판 투자 재개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단기간 내에 다시 추진될 가능성은 낮다. LCD에서 OLED로 디스플레이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점도 변수다. LCD용보다는 OLED 유리기판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LG화학 관계자는 “유리기판 추가 투자 여부는 현재 검토 중”이라며 “결정 사항이 나오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