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보면 정말로 피가 굳는다"

‘온몸의 피가 얼어붙게 만드는 공포영화’라는 표현이 맞을까? 결론적으로 맞다. 괴기영화나 공포영화를 보고 놀라게 되면 피가 엉겨붙게 된다는 최신 연구결과가 나왔다.

데일리메일은 17일(현지시간) 공포영화를 보면 피를 엉겨붙게 만드는 신체내 화학물질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네덜란드 라이덴대 메디컬센터연구진의 최신 연구결과를 전했다.

과학자들은 인류가 상처를 입는 위협적 상황을 맞았을 때 혈액을 조속히 응고시켜 출혈을 막을 수 있도록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에게 공포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보게 하는 비교 실험을 했다. 그 결과 공포영화를 보고 놀란 이들에게서 피를 엉기게 하는 단백질 화학물질인 혈액응고요소(팩터VIII,F8)가 57%나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피를 얼어붙게 만드는 영화라는 표현은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공포영화를 보게 되면 혈액응고수치가 57%나 올라갔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공포영화 사이코. 사진=위키아
피를 얼어붙게 만드는 영화라는 표현은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공포영화를 보게 되면 혈액응고수치가 57%나 올라갔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공포영화 사이코. 사진=위키아

영어에서 ‘피를 얼어붙게 만드는’(blood curdling) 이란 표현은 중세에 ‘차가운 피가 돌다’(run the blood cold), 또는 ‘피를 얼어붙게 하다’(‘curdle’ blood)라는 표현으로 남게 됐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지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연구진은 30세 이하의 건강한 젊은이 24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이 중 14명은 공포영화를 보고 나서 샴페인에 대한 교육적인 영화(샴페인에 대한)를 보도록 했다. 나머지 10명은 반대의 순서로 똑같은 영화를 보도록 했다. 이들은 일주일 후에 똑같은 시간대에 편안한 분위기에서 똑같은 영화를 봤다. 연구진은 약 90분간의 영화관람 전후에 두그룹에게서 혈액샘플을 채취했다.

참가자들은 각기 영화를 보고난 후 경험한 공포감에 대해 전혀 못 느끼는 0에서부터 상상할 수 있는 최대치인 10까지의 수치로 평가했다. 그 결과 이들 사이에는 5.4라는 수치 차이가 발생했다. (참가자들은 실험에 앞서 영화를 보았는지, 이들의 생활스타일,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영화장르에 대해서도 답했다.)

결국 연구진의 실험결과 공포영화를 보았을 때 12명에게서 F8의 수치는 57%가 올랐고 교육영화를 봤을 때 18명에게서 이 수치는 86%나 떨어졌다.

연구진은 이 실험이 젊고 어린 집단을 대상으로 했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공포영화가 트롬빈(혈액응고효소) 형성없이도 응고요소8을 증가시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른바 혈액응고요소8(F8)은 유전자는 상처가 난 후 피떡은 상처난 혈관을 막아서 더 이상 피가 흐르지 않게 해준다. F8세포는 주로 간에서 만들어진다. 이는 혈전(피떡)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단백질관련 그룹이다. F8은 또다른 응고요소인 팩터9(factor IX)와 서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호작용이 피떡을 만드는 일련의 화학적반응 고리를 시작하게 만든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재구국제과학전문기자 jk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