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과학기술계를 돌아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노벨상 몸살’이다.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 노벨상 수상을 두고 ‘우리는 뭐하나’라는 자조와 탄식이 쏟아졌다. 그러나 한탄과 힐난에 앞서 그것을 가능하게 한 힘이 무엇이었는지 한 번쯤 다시 생각해봤으면 한다.
일본이 받은 노벨물리학상 배경에는 슈퍼 카미오칸데(중성미자 검출기)라는 장비가 있다. 지하 1㎞ 아래에 지름 40m, 높이 42m 원기둥형 암반을 파고 그 안에 물 5만톤을 담아놓은 탱크다. 이 엄청난 장비를 이용해 우주를 이루는 기본입자 중성미자(뉴트리노)가 질량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일본이 이 같은 결과를 얻기까지는 막대한 비용과 오랜 시간, 그리고 인내가 필요했다.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우주 비밀을 밝힌다는 범인류적 가치에 사회적 합의와 집중적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주탐사도 마찬가지다. 9년에 걸친 여정 끝에 명왕성을 통과한 뉴호라이즌스, 혜성 핵을 둘러싼 코마(coma)에서 다량 산소를 관측한 로제타 탐사선 등 최근 연이어 소개되는 경이로운 우주탐사 결과는 결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다.
뉴호라이즌스 프로젝트에는 비행시간 9년과 7000억원이 소요됐다. 유럽이 추진한 소행성 탐사선 로제타 프로젝트는 개발기간 10년, 발사 후 성과를 내기까지 또 10년, 비용은 1조원이 투입됐다. 세계 찬사를 받는 우주탐사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그만큼의 투자가 필요했다.
무엇보다 실제 우주탐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우주발사체다. 인류 우주탐사는 20세기 거대한 액체로켓 엔진 개발과 함께 시작됐다. 러시아, 미국, 유럽우주국, 중국, 일본, 인도와 같은 우주선진국은 일찍부터 독자 발사체 개발에 많은 공을 들였고 지금도 무수한 실패를 거듭하며 더욱 강력한 우주발사체를 개발하고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유럽우주국은 아리안 5호 뒤를 이을 차세대 발사체 아리안 6호를, 러시아는 앙가라를 개발 중이다. 일본도 주력 로켓인 H-2 절반 가격을 목표로 한 H-3 개발에 착수했다. 인도, 중국도 새롭고 강력한 발사체를 개발 중이다.
많은 나라가 이처럼 우주발사체 개발로 달과 화성, 그리고 태양계 행성과 소행성 탐사에 나서는 것은 우주 신비를 풀고자 하는 끊임없는 호기심, 그리고 ‘제2의 지구’로서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국가우주개발중장기계획에 따라 한국형발사체 개발과 달 탐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우선 우주 진출에 반드시 필요한 한국형발사체를 개발 중이다. 2013년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기술에 바탕을 두고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는 오는 2020년 본 발사가 예정됐다.
한국형발사체 개발 또한 예산 1조9572억원과 10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오랜 기술 개발 역사를 가진 우주발사체 분야지만 여전히 사고 확률이 매우 높다.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독자적 우주개발 능력을 갖추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한국형발사체가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같은 해 탐사선을 달로 보내 우리 발사체 신뢰도를 검증한다. 물론 나로호 개발과 발사 과정에서 겪었듯 수많은 변수가 있어 순탄치 않다.
고통 없이 얻어지는 것이 없다는 속담은 우주개발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우주개발에는 여기에 한 가지가 덧붙여진다. 투자 없이는 결코 좋은 성과를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연구원 노력과 함께 정책 일관성과 지속적 투자 그리고 국민의 든든한 성원이 대한민국 우주강국 도약을 이끌어낼 것으로 믿는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jko@ka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