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갑을(甲乙) 관계에서 발생하는 상거래상 우월적 지위(Bargaining power) 폐해가 표출되면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소사업자가 겪는 이런 문제는 심할 경우 사업자가 폐업에 이르는 등 우리 경제의 건강한 성장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상거래상 우월적 지위 남용행위 등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사업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다. 공정위는 사실관계 조사와 법 적용 후 결과에 따라 시정조치 등 처분을 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중소사업자는 상대방과 거래관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신고를 꺼리게 된다. 그동안 공정위가 주기적으로 가맹·유통·하도급거래 분야에서 실태조사, 직권조사를 한 것은 대기업 보복행위가 두려워 중소사업자가 불공정 행위 피해를 신고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설령 피해를 입은 중소사업자가 공정위에 신고해 조사 등을 거쳐 시정조치를 할 때에도 신고인에 대한 피해보상이 바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서는 공정위 조사와 별도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했는데 자금이 부족하고 법리 검토 등 소송 능력이 현저하게 부족한 중소사업자가 실행에 옮기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또 신고에 따른 시정조치 후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확정판결을 받기까지 최소 2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중소사업자 피해가 신속히 구제되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공정거래 조정제도 도입으로 중소사업자는 거래단절 위험을 상당부분 완화하면서 분쟁관련 분야 전문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가진 조정위원 도움을 받아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하고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게 됐다.
조정제도는 절차진행이 빠르고 경제적이어서 시간·비용 절약에 도움이 된다. 절차가 공개되지 않아 기업 비밀이나 사익 보호에 유리하다. 분쟁 해결 후에도 거래자와 우호적 관계를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 거래관계에 있는 당사자에게 효용이 크다. 조정은 장래를 염두에 둔 이익 조정적 분쟁 해결에 높은 비중을 둬 합리적이고 선진적 분쟁해결 수단으로 평가 받는다.
하도급거래에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하도급대금을 정해진 기일에 받지 못하거나 부당하게 감액 받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조정제도 도입으로 당사자 간 자율적 합의를 바탕으로 거래대금을 할인해주거나 상호 계약관계를 수정하는 등 다양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상호 지속적 계약 관계를 유지하면서 분쟁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이런 장점을 가진 조정제도를 기반으로 중소사업자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2007년 설립됐다. 설립 당시 공정거래, 가맹사업 분야에 국한됐던 업무는 2011년 이후 하도급거래, 대규모 유통업거래, 약관 분야까지 업무영역이 확대됐다. 지금은 공정위 산하 공공기관으로서 사업자 간 분쟁조정을 수행하는 대표 기관으로 자리매김 했다.
공정거래조정원은 분야별 피해를 당사자 간 자율 조정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해 역량을 모으고 있다. 경쟁당국의 합리적 경쟁정책 수립, 효율적 법 집행 지원을 위해 주요 산업별 경쟁 제한성 분석과 업종별 거래행태 조사·연구를 수행한다.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P) 등급평가, 정보공개서 등록, 모의공정위 경연대회 등도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 공정거래조정원의 분쟁조정 제도가 보다 많은 중소사업자에게 알려지고 활성화돼 더 많은 피해구제 효과가 나타나고 불필요한 분쟁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기를 기대한다.
배진철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 jcbae22@kofai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