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전기차 시장을 평가하라 물으면, 주저 않고 ‘낙제점’을 매기겠다. 보조금을 주는 전기차 보급 물량만 늘었을 뿐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창원·광주 등이 계획된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차종이 다양한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전기차는 수년째 5~6종에 불과하다. 매년 수십 종 전기차가 쏟아져 나오지만 한국과는 상관없는 말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한국시장은 거들 떠 보지도 않는다. 완성차 업체를 끌어들일 시장 정책이 없는 탓이다.
최근 정부가 친환경차 100만대 보급 계획을 담은 ‘제3차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보급 기본계획(2016~2020년)’을 내놓았다. 100만대 중에는 선진국에서 더 이상 전기차로 분류하지 않는 하이브리드카도 80만대나 포함됐다. 나머지 20만대는 전기차 위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인데 이마저도 지난 정권에서 계획한 목표치와 같다. 창의적인 전략도 없다. 단지 산업부·환경부·국토부가 예전부터 해왔던 정책이나 사업을 하나로 모아 놓기만 했다.
업계는 실망했다. 시장을 키울 전략도 없지만, 산업부·환경부·국토부로 흩어져 있던 관련 정책을 모아 일관성 있게 추진하겠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
미국 에너지부(DOE)나 일본 경제산업성은 전기차나 친환경차 개발·보급을 단일부처에 맡겼다. 독일 GGEMO나 영국 OLEV는 범부처 통합부서가 책임진다. 우리나라는 3개 부처로 나눠있다. 효율성도 떨어지지만 부처 간 이해관계가 다르다. 제대로된 정책이 나올 수 없는 구조다. 전기차 산업은 시장 정책도 중요하지만, 충전인프라나 중고차·폐배터리 재활용 등 다양한 후속대책이 필요하다. 보급과 산업발전까지, 도로·주차장 등 시설 정책까지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전기차 관련 업무를 묶어보자. 새로운 산업이 열릴 것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