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익 칼럼] 나는 새도 떨어트리는 중국 O2O시장의 교훈

[안병익 칼럼] 나는 새도 떨어트리는 중국 O2O시장의 교훈

얼마 전 중국 1위 맛집정보업체인 다중디안핑(大衆点評)과 1위 소셜커머스업체인 메이퇀(美團)이 합병을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O2O(online to offline) 시장 1, 2위 업체인 메이퇀과 디안핑의 합병회사 가치를 200억 달러로 추정했다. 메이퇀은 지난 1월 70억달러 가치로 7억 달러를 조달했고 디안핑은 지난 3월 40억달러 가치로 8억5000만 달러를 조달했었다. 합병을 통해서 회사 가치가 두 배 정도 수직 상승한 것이다.

소셜커머스 기업인 메이퇀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음식, 영화, 상품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디안핑은 음식점 등에 대한 리뷰 글을 싣는 중국 최대 맛집정보 서비스로 식당 예약 등 다양한 O2O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메이퇀의 올 상반기 판매액은 약 8조6000억 원 정도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O2O 시장은 지난해보다 80% 증가한 3000억 위안(약 56조 원)에 달한다. 중국의 올해 2분기 음식배달 서비스 거래액은 약 80억 위안(약 1조5천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90% 이상 증가하며 큰폭으로 성장했다. 맥킨지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의 71%가 O2O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위챗의 사용자 100%가 배달, 맛집, 세차, 세탁, 주차 등 O2O 관련 서비스 앱을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챗의 사용자는 약 5억9천만 명에 이른다.

메이퇀과 디안핑 뒤에는 중국 최대 IT기업들이 있다. 메이퇀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阿里巴巴)가 지분 15%를 보유한 대주주고 디안핑은 모바일 메신저 위챗(웨이신,微信)을 운영하는 텐센트(텅쉰,騰訊)가 지분 20%를 보유한 대주주다. 중국에서는 최대 인터넷 기업인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영문명 머리글자를 따서 BAT라고 부른다. BAT의 3강 체제가 O2O 시장에서 격돌하고 있는데 이들은 `적과의동침`도 서슴치 않는다. 지난 2월에는 알리바바가 투자한 차량공유서비스 콰이디다처(快的打車 )와 텐센트가 투자한 디디다처(滴滴打車)가 합병을 통해 기업가치를 키워 자금난의 해결하기도 했었다.

알리바바는 지난 6월 음식 배달업체 커우베이(口碑)에 60억 위안(약 1조1천억 원)을 투자해 O2O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고 발표했다. 그 이면에는 텐센트가 있다. 텐센트가 투자한 어러머(餓了麽)가 중국 음식 배달시장의 40%를 점유하며 최대의 배달업체로 성장했기 때문에 커우베이를 통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바이두 역시 바이두배달(百度外卖)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고 알리바바가 투자한 메이퇀의 메이퇀와이마이(美团外卖)도 27%의 사장을 점유하고 있다.

한편 바이두는 O2O 기업인 눠미(糯米)를 운영하고 있다. 리옌훙(李彦宏) 바이두 CEO는 지난 6월 `바이두눠미(糯米)`의 O2O 시장확대 전략을 공개하고 향후 3년간 200억 위안(약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눠미는 지난해 3월 바이두가 인수한 소셜커머스 업체로 디안핑, 메이퇀과 경쟁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 눠미의 O2O 시장 점유율은 매달 2%씩 올라가면서 경쟁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바이두는 미국의 우버와 손잡고 중국 내 차랑공유서비스를 시작했다. 바이두눠미는 기존회사와 다르게 제품 페이지 안에서 판매업자가 고객관리시스템을 통해 고객을 모집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중국의 O2O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O2O 서비스가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배달 세차 앱 카8(car8)은 지난친 출혈 경쟁으로 망했다. 카8은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보통 30위안 하는 배달 세차비용을 10위안까지 낮췄다. 하지만 유사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추가 자금조달에 실패한 카8은 올해 7월 폐업했다. O2O 마사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쿵푸베어 역시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쿵푸베어는 고객을 확보할 때마다 20 위안(약 3600 원)씩 지급하던 보조금을 중단했다. 쿵푸베어가 시장확대를 위해 보조금을 지급했던 정책이 자금난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100대 대형 유통 브랜드 가운데 약 97%가 O2O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오프라인 유통업 자체가 줄어들자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것이다. 기존 인터넷 업체와 대형 브랜드까지 가세하면서 중국의 O2O서비스 시장은 레드오션 시장으로 점차 전락하고 있다. 대형 브랜드와 O2O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출혈 경쟁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매장에서 샌드위치를 구매하면 31위안 이지만 배달 업체 어러머를 통하면 9위안에 배달시켜 먹을 수 있다. 어러머가 시장확대를 위해 손실을 보면서도 서비스를 제공 하고 있는 것이다. 메이퇀은 노래방 이용권을 정상가에 비해 90%가 할인된 금액으로도 판매하고 있다. 이런 어러머와 메이퇀의 과다 출혈 경쟁은 알리바바가 음식 배달업체 커우베이에 1조를 투자함으로써 더 급격하게 확대 될 전망이다. 아마도 투자금 전부가 시장 학대를 위한 보조금이나 할인 금액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두가 바이두눠미에 3년간 약 3조원을 투자한다는 자금도 시장 확대를 위한 보조금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실패한 카8 사례에서 보듯이 보조금을 통한 O2O 과잉 경쟁은 결국 사업자 재무 건전성을 떨어트려 O2O기업에게 독으로 돌아온다. 중국의 O2O 산업은 성장이 유망하지만 자본을 통한 지나친 경쟁은 산업 자체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기업들은 정작 가치 있는 서비스 제공 및 창출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대규모 자금을 투자 받기 위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그리고 결국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합병을 하거나 매각을 하는 합종연횡을 반복 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보다는 늦었지만 이제 막 태동기에 있는 우리나라의 O2O 산업이 중국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 대한민국의 O2O 산업은 중국하고는 달리 가치 있는 창조산업으로 탄탄하게 발전해야 할 것이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안병익 주식회사 씨온 대표

국내 위치기반 소셜기술 및 O2O 전문가다. 연세대 컴퓨터과학 박사로 KT 연구원으로 재직하다가 1998년 사내벤처를 시작으로 2000년 LBS기업 ‘포인트아이’를 창업했고, 2010년 위치기반SNS 기업 ‘씨온’을 창업해 맛집정보 앱 ‘식신’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겸임교수와 한국LBS산업협회 및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