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융합의 시대다. 융합을 통한 원천기술 개발은 고부가가치 제품·서비스로 이어지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기여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융합정책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융합기술 발전전략(2014~2018)’과 ‘산업융합 발전 기본계획(2013~2017)’으로 이원화돼 있다. 융합기술 분야는 미국이 2002년 ‘NBIC 융합기술전략’을 발표하자 2007년 기본방침을 세운 후 발전시킨 반면에 산업융합 분야는 2010년 당시 지식경제부가 이를 주창하고 법률과 국가계획을 별도로 만든 데 기인한다.
그러나 정부가 내린 용어정의에서 이미 두 개념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융합기술 정의에 기술과 산업·학문 간 융합을 포함하고, 산업융합 정의에 ‘기술과 산업 간, 기술 간 결합과 복합화를 통하여’란 구절을 포함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융합기술전략에는 산업융합에 대한 내용이, 산업융합계획에는 융합기술에 관한 내용이 혼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연계돼 있지 않아 예산의 효율적 투자와 성과를 담보하기 어렵다. 매년도 실행계획을 비교해보면 신기술융합형 성장동력사업, 산업핵심기술 개발사업 등 다수의 동일한 사업을 기반으로 한다.
융합기술전략 목표 중 하나는 융합기술 수준을 2018년에 선진국 대비 80~90%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평가하는 것으로 주관적이며 모호하다. 융합연구 활성화란 목표 역시 융합기술 개발을 위한 방법이나 중간과정일 수는 있어도 목표로서는 적합하지 않다. 법률에 따라 정부가 매년 수립하도록 돼 있는 ‘산업융합 실행계획’이 올해에는 지난 11월 18일에 공고됐다. 연초에 수립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적시성(適時性)을 상실한 것이다.
융합기술이라는 업스트림과 산업융합이라는 다운스트림은 서로 연결돼 있는 것이다. 융합정책 발전을 위해 다음 네 가지를 추진해야 한다.
첫째, 융합기술과 산업융합 국가계획을 일원화해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융합기술 및 산업융합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융합기술과 산업융합은 국가와 사회의 전반적 목표 달성과 문제 해결이라는 큰 틀에서 함께 검토돼야 한다.
둘째, 산업융합촉진법을 ‘융합기술 및 산업융합 촉진법’으로 개정해야 한다. 산업융합에 국한된 법·제도상 지원에서 벗어나 융합기술에서 산업융합까지 일련의 과정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산업융합발전위원회를 ‘융합기술 및 산업융합 발전위원회’로 확대해야 한다. 융합기술에서 산업융합에 이르는 제반 정책을 심의·조정하는 기능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넷째, 모호한 목표가 아니라 뚜렷한 정책목표를 세워야 한다. 문제해결형 융합연구를 추구하는 미국이나 유럽연합의 이니셔티브처럼 명확한 목표가 필요하다. 미국 ‘지식, 기술 및 사회의 융합(CKTS)’ 보고서가 제시한 건강 증진과 인간 개발, 생산성 향상과 경제개발 촉진, 사회적 지속가능성 달성, 혁신적이고 공평한 사회 구현 등은 목표 수립에 시사점을 준다.
OECD 올해 자료에 의하면 1995~2013년 동안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기여한 다요소생산성(MFP)이 한국은 2.92로 조사대상국 중 가장 높다.(미국 1.11, 영국 0.84, 일본 0.57) 기술혁신이 GDP 성장에 가장 많이 기여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융합에 의한 가치창출이 성장에 기여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융합기술과 산업융합 국가계획을 일원화할 때 우리나라가 21세기 진보를 이루고 융합의 시대를 꽃피우는 데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황병상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행정원(정책학박사) bshwang@kbs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