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메모리 업계가 14나노 평면형 낸드플래시 시대를 연다. 삼성전자는 이미 양산을 시작했다. SK하이닉스도 새해 개발 작업을 끝내고 양산 체제에 돌입한다.
일본, 미국 메모리 업체는 기술 업그레이드 계획이 없다. 도시바는 15나노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평면형 제품 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마이크론은 인텔과 함께 개발한 상변화메모리(P램:Phase Change RAM) 일종인 ‘3D 크로스포인트’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4나노 평면형 낸드플래시 양산 체제에 돌입했다. 개발 작업은 완료했다. 새해 1월 3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국제반도체회로학회(ISSCC)에서 14나노 낸드플래시 개발·양산 성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14나노 낸드플래시는 16나노 제품과 비교해 플로팅게이트 면적이 약 12.5% 줄었다. 이는 실리콘 다이(Die) 면적 감소 효과로 이어진다. 웨이퍼 한 장에서 뽑아낼 수 있는 낸드 칩 수량이 늘어나 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16나노 제품을 양산 중인 SK하이닉스도 올 들어 14나노 낸드플래시 개발에 착수했다. 새해 상반기까지 개발을 마치고 연내 양산을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낸드플래시는 플로팅게이트에 전자(일렉트론)를 저장하거나 빼내는 방법으로 0과 1을 구분한다. 회로 선폭을 좁혀 플로팅게이트 면적을 줄이면 저장 가능한 전자 수가 감소한다. 15~16나노 낸드플래시는 플로팅게이트에 저장할 수 있는 전자 수가 10개 미만, 14나노는 이보다 더 적다. 이렇게 저장 가능한 전자 수에 여유가 없다면 데이터를 읽고 쓸 때 오류가 잦다. 15~16나노가 평면형 낸드플래시 제품군의 마지막 공정 노드가 될 것이란 전망도 이 때문에 나왔다. 낸드플래시 원조 개발업체인 일본 도시바가 15나노 이후 더 이상 평면형 제품 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유는 이런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14나노 낸드플래시를 양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문가가 ‘마의 벽’을 깬 것이라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4나노 평면형 낸드플래시에서 셀당 3비트(bit)를 저장할 수 있는 트리플레벨셀(TLC:Triple Level Cell) 제품이 나올 수 있을 지도 관전 포인트다. 저장 가능한 전자 개수가 적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으나 개발에 성공한다면 ‘용량당 원가’를 더 낮출 수 있다. 삼성전자가 양산 중인 14나노 평면형 낸드플래시는 셀당 2비트를 저장할 수 있는 멀티레벨셀(MLC:Multi Level Cell) 128기가비트(Gb)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4나노 양산에 성공하고 SK하이닉스가 개발에 나서면서 평면형 낸드플래시는 생명연장이 가능해졌다”며 “그러나 14나노 이후로는 플로팅게이트의 구조적 한계를 넘는 것이 어려워 보이므로 3D 적층 방식 제품이 주력 낸드플래시 제품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평면형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탑재되는 임베디드멀티미디어카드(eMMC), 유니버설플래시스토리지(UFS)에 탑재된다. 적층 구조의 3D 낸드플래시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에 탑재되며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으나 아직까지 매출 대부분을 책임지는 ‘주력’은 평면형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한주엽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