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메모리사업부가 애플에 아이폰용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급을 추진한다. 애플과 거래를 중단한지 4년 만이다.
애플은 2012년 9월 출시된 아이폰5부터 삼성전자 낸드플래시를 탑재하지 않고 있다. 애플의 요구 사항을 삼성전자가 맞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5 시리즈부터 낸드플래시 패키지에 전자파간섭(EMI:Electro Magnetic Interference) 차폐 기술을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국내 디스펜서 전문 업체 프로텍, 미국 아심텍, 한솔케미칼, 엔트리움과 함께 스프레이 방식 EMI 차폐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 프로텍과 아심텍은 장비, 한솔케미칼과 엔트리움은 잉크 형태의 EMI 차폐제를 각각 개발한다. 장비와 재료 개발이 완료되면 낸드플래시 패키지에 EMI 차폐막을 씌워 애플에 공급하겠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계획이다. 내년부터 공급할 전망이다.
반도체 칩 EMI 차폐는 패키징 표면에 초박 금속을 씌우는 공정을 추가함으로써 이뤄진다. 기존에는 초박형 금속 차폐재를 씌우는 스퍼터(Sputter) 장비를 도입, 이 공정을 수행했다. 스퍼터 공정이란 플라즈마를 이용해 재료에 물리력을 가하면 대상 표면에 박막이 고르게 증착되는 것이다.
스프레이 장비는 스퍼터 대비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스터퍼링 장비는 한 세트가 50억원가량이지만 스프레이 장비는 7억~8억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 스퍼터링 타깃 대비 스프레이 잉크 값이 저렴, 공정비용도 줄일 수 있다.
스프레이 공정은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패키지 방식인 BGA(Ball Grid Array)의 볼 부분을 완벽하게 차폐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기존의 아이폰에 탑재되는 낸드플래시는 LGA(Land Grid Array) 패키지를 활용한다. LGA는 패키지 아래쪽에 뾰족한 핀이 달린 형태다. 인쇄회로기판(PCB)에 실제로 장착했을 때 하부 빈 공간에 틈이 생기지 않고 착 달라붙기 때문에 위쪽에만 EMI 차폐 공정을 하면 된다. 하부에 볼 형태 전극이 형성되는 BGA 방식은 아래쪽에 빈틈이 많아 스퍼터링 방식으로는 완벽한 EMI 차폐가 어려웠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화, 경량화로 보면 LGA보다 BGA가 더 유리하다”면서 “삼성전자는 애플만을 위해 LGA 패키징 방식을 활용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번에 솔루션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낸드플래시를 다시 공급하기로 전략을 바꾼 이유는 최근 메모리 업계 시황 악화로 공급과잉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 평택 신공장에서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하게 되면 전체 플래시 메모리 물량이 넘칠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대만 ASE에 애플 공급용 낸드플래시 칩 패키징을 맡겨 왔다. 삼성전자와 동일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MI 차폐 기술을 적용하면 전자파 간섭으로 인한 예상치 않은 이상 동작을 방지할 수 있다. 회로 기판도 더욱 조밀한 구성이 가능하다. 칩 사이의 실장 거리를 좁히면 남는 면적을 배터리에 할애, 사용시간을 더 늘릴 수 있다. 애플은 아이폰5부터 무선주파수(RF) 칩과 고클록으로 동작하는 컨트롤러를 내장한 낸드플래시 패키징 제품에 EMI 차폐 기술을 적용해 왔다. 올해 출시되는 아이폰7에는 대부분의 칩으로 EMI 차폐 기술을 확대한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