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불공정행위 제재에 ‘동의의결’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ICT 기업은 장기간 법적 공방을 피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신속하게 소비자 피해를 구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여전한 면죄부 논란과 체계적 사후관리는 해결 과제로 남았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가 지금까지 동의의결을 적용한 총 4개 사건은 모두 ICT 기업이 대상이다.
동의의결은 기업이 자체 시정안과 소비자 피해 구제방안을 제시하면 공정위가 평가해 과징금 등 제재 없이 사건을 신속하게 종료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공정위가 동의의결 개시를 결정한 기업은 △네이버·다음(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SAP코리아(거래상 지위 남용) △마이크로소프트-노키아(기업결합) △SK텔레콤·KT·LG유플러스(부당 광고)다.
동의의결이 ICT 기업에 집중된 이유는 시장 특성과 관계있다. ICT 시장은 변화 속도가 빨라 기업이 장기간에 걸친 법적 공방을 꺼린다. ICT 불공정거래는 조치 선례가 없을 때가 많고 사안이 복잡해 제재 여부 확정이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도 ICT 등 신성장 분야에 동의의결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공정위는 소비자 피해 구제를 또 다른 장점으로 꼽는다. 휴대폰·통신·포털 분야처럼 소비자가 폭넓게 형성된 시장에서는 기존 공정위 제재로는 피해 구제가 힘들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불공정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는 식의 제재는 사실상 소비자 피해 구제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동의의결이 이런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봐주기 논란과 미흡한 사후관리는 해결 과제로 지적된다. 기업이 동의의결을 악용해 제재를 피해갈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공정위가 이동통신 3사 부당광고와 관련 동의의결 개시를 결정한데 대해 참여연대는 “통신사에 면죄부를 줬다”고 주장했다.
체계적 사후관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동의의결 기업은 보통 수년 동안 이행 의무를 부여받지만 공정위는 별도 조직 없이 담당 과에서 실무자가 관리한다. 순환보직으로 담당자가 바뀔 때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사후관리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