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용 대형 OLED 양산 앞둔 삼성의 고민

삼성디스플레이가 TV용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를 두고 고민이 깊다. 삼성전자가 퀀텀닷(양자점) 기술을 적용한 ‘SUHD TV’를 주력 프리미엄 상품으로 내세운 가운데 자칫 OLED TV와 내부 경쟁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배면발광 OLED(왼쪽)와 전면발광 OLED 방식 비교 (자료: 소니)
배면발광 OLED(왼쪽)와 전면발광 OLED 방식 비교 (자료: 소니)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새해 대형 OLED 패널 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를 검토 중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하반기에 설비 투자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에는 1분기에 투자를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었다. 중국이 초대형 LCD 투자를 집행하면서 더 이상 대형 OLED 생산 투자를 미룰 수 없는 분위기도 나타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R(적)·G(녹)·B(청) 화소를 혼합해 색상을 구현하는 기술 방식을 초기 도입했다. 그러나 대면적 OLED 패널에서 전력 소모, 밝기 등의 문제가 발생해 양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각 RGB 화소 뒤에 광원 역할을 하는 흰색(W) 화소를 배치해 문제를 해결했다.

LG디스플레이가 WOLED 구조를 먼저 채택했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 배면발광(Bottom Emission) 방식보다 난이도가 높은 전면발광(Top Emission) 방식을 구현해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을 택했다.

배면발광 방식은 OLED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채택하는 발광 방식이다. 발광층에서 생성한 빛이 기판 방향으로 향하므로 커패시터, 배선 등 빛을 가리는 요소가 많아 각 화소에서 빛이 나오는 면적(개구율)이 작아지는 게 단점이다. 컬러필터 때문에 빛이 가려져 휘도가 낮아진다.

전면발광 방식은 유리기판 반대 방향으로 발광하므로 빛이 가려지는 부분이 적어 개구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빛이 향하는 방향에서 회로 등이 차지하는 면적을 최소화한 게 핵심이다. 일본 소니가 전면발광 방식을 적용해 13인치 AMOLED 시제품을 개발한 적이 있다.

전면발광 방식은 배면발광보다 앞선 기술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기술 난이도가 높다. 유기물 위에 음극 전극을 증착할 때 고온을 사용하는데 유기물이 고온에 손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상적으로 전면발광 방식을 구현하면 배면발광 방식보다 뛰어난 성능의 OLED 패널을 만들 수 있지만 쉽지 않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전면발광 방식 WOLED를 양산하더라도 초기 수율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배면방식 WOLED를 양산하는 LG디스플레이는 지금도 초고해상도(UHD) 대형 OLED에서 수율 문제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배면발광보다 전면발광 방식의 기술 난이도가 더 높은 것을 감안하면 삼성디스플레이가 더 심각한 수율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

LCD 패널에 퀀텀닷 필름을 적용한 SUHD TV로 OLED TV와 경쟁하는 삼성전자 전략과 상충하는 점도 고민이다. 계열사 간 협력해 시너지를 내야 하는데 삼성전자는 퀀텀닷 LCD,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를 각각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내세우면 전략이 상충한다.

투자 시점을 조율 중인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부적으로 새롭게 준비한 OLED 기술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는 분위기다. 이미 기술 개발을 마치고 최적의 양산 시점을 조율하는 등 시장 상황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사들도 대형 OLED용 장비를 준비하는 등 제품 양산에 대응할 채비를 마쳤다.

협력사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OLED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히 높아진 것을 느낄 정도여서 새해 양산 투자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