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직업으로 꼽히던 ‘뱅커’들이 구조조정 한파에 짐을 싸기 시작했다.
침체된 경제는 금융권 수익에 직격탄을 날렸고 항아리형 구조를 가진 은행 조직도 타격을 받았다.
금융권 연말 구조조정 한파가 은행은 물론 보험·카드·증권 등 금융 전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관리자급에 한정됐던 희망퇴직 대상도 대리급까지 내려오며 감원 한파는 40대 초반 연령까지 포함됐다.
저성장·저금리 기조에 금융권 수익성이 악화한 데다 핀테크(IT금융) 등장, 비대면거래 증가 등 금융산업 구조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탓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권 일자리가 희망퇴직·명예퇴직 등으로 지난 1년 사이 5만개 이상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은행권 희망퇴직자만 사상 최다치인 4000명에 달한다. KB국민은행(1122명), 한국SC은행(961명), 신한은행(311명), 우리은행(240명), KEB하나(234명) 등 2868명이 회사를 떠났다. 연말까지 농협은행(344명), 부산은행(87명), 광주은행(88명) 등이 추가로 희망퇴직을 단행한다.
KEB하나은행이 지난 23~24일 이틀간 특별퇴직 접수 결과 약 700명 이상이 신청했고 IBK기업은행도 최근 188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보험, 카드, 증권도 구조조정 칼바람에 속수무책이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상반기 창립 이래 처음 희망퇴직을 단행해 4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는 176명이 퇴직했다. IBK투자증권도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하나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아이엠투자증권, KDB대우증권 등도 올해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올해 금융권 퇴직 러시는 저연차 직원층도 피해가지 못했다.
내년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되고 고객 비대면 채널 이용 비중이 늘어나면 인력구조조정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은행 창구를 통한 대면거래 비중은 10.7%로 떨어졌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국내 은행 점포 수는 매년 100개 이상씩 줄어 2012년 하반기 7835개에서 올해 상반기 7480개로 감소했다. 내년에도 최소 100곳 이상 은행 점포가 사라질 위기다.
금융권 종사자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올 1~11월 금융권 취업자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로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융업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그만큼 낮아졌다는 의미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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