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포럼]‘제로에너지’ 건축시장 육성을 위해선

김하연 한국환경건축연구원 본부장.
김하연 한국환경건축연구원 본부장.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가 지구온도 2℃ 상승 억제를 포함한 야심적이며 구속력 있는 파리 협정 채결로 마무리되면서 향후 우리나라는 전보다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필요하게 됐다.

하지만 국내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발전소·제철소·정유화학공장 등 산업무문은 그간 지속적인 노력으로 에너지효율이 세계 최고수준에 도달해 온실가스 감축잠재량이 고갈상태다. 국제사회에 밝힌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라는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문제를 해결할 해답은 산업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이 많은 건물이나 수송부문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토교통부는 건물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25년까지 제로에너지건축을 의무화 했다. 제로에너지건축은 단열재, 창호 등을 통해 단열 성능을 극대화하고, 태양광·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 활용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것을 지칭한다.

국토부는 제로에너지빌딩 달성을 목표로 에너지절약 설계기준 강화·에너지소비 총량제 도입·그린리모델링 지원 제도·고효율건물 세금 감면 등 다양한 규제와 지원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7층 이하 저층형을 대상으로 시행됐지만 8층 이상 고층 건물로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로에너지건축을 에너지신산업에 포함해 신성장동력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아직 제로에너지빌딩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시범사업 추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로에너지빌딩은 에너지비용을 지속적으로 절감할 뿐만 아니라 실내온도 변화폭이 작아 감기에 잘 걸리지 않으며, 실내로 유입되는 중금속에 오염된 미세먼지나 꽃가루 등을 환기필터에서 걸러내기 때문에 항상 쾌적한 실내 환경이 유지된다. 건물 입주자 삶의 질이 향상되므로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국민건강 증진차원에서도 적극적인 보급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제로에너지 건축은 고단열·고기밀 설계, 최적화된 에너지시스템, 기밀·열교차단 시공, 열회수환기시스템 도입 등 기존 건물과는 완전히 다른 설계와 자재, 시공이 필요해 건축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다만 일반 건축에 비해 20~30% 비싼 건축비가 제로에너지빌딩 도입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독일·영국 등 선진국은 법규에 의한 제로에너지의무화, 보조금지급, 세금감면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독일은 제로에너지건축이 활성화돼 건축비 상승이 5~10%로 낮아졌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제로에너지건축이 활성화되면 건축비 상승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많은 건축사들이 숨쉬는 집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제로에너지건축 핵심인 기밀시공과 기계식환기장치 설치에 큰 거부감을 보이고 있어서 이에 대한 해소도 시급하다.

가장 큰 문제는 제로에너지건축 주관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원수단이 부족한 반면에 지원수단을 보유한 산업통상자원부는 제로에너지건축 활성화에 접근이 어려워 정부 정책추진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와 에너지신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이를 담당할 범정부적인 추진체를 구성, 대국민 교육과 홍보를 포함한 정보플랫폼구축 등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김하연 한국환경건축연구원 본부장 hayeon5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