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비자 불만 양산하는 세탁기 판매

[기자수첩]소비자 불만 양산하는 세탁기 판매

신혼 부부가 성난 제보를 해왔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모 업체 최신 세탁기 제품을 주문했으나 기사가 세탁기 설치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평수가 작은 서울 주공 아파트에 사는 친구 집 현관이 좁다는 이유다. 세탁기 설치 도중 제품이 손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드시 설치하고 싶다면 고객이 비용을 부담해 입구 문틀을 잘라내고 배달 준비를 해달라는 요구까지 했다. 설전 끝에 설치 기사는 친구에게 제품 구입을 취소하라고까지 권고했다.

고객은 이 같은 응대와 상황에 분노했다. 들여다보니 해당 설치 기사 개인 문제가 아니었다. 설치 기사는 해당 가전업체 정책이 이전과는 달라졌다고 했다. 설치가 불가능한 주택의 경우 기사 재량으로 주문 취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주공아파트 내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설치 기사 주장도 일리가 있다. 집은 작은데 거대한 대형 냉장고와 세탁기를 들이밀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최신 가전제품을 주문하고 배송만 기다렸던 고객을 무시할 수도 없다.

문제는 쇼핑몰과 가전사가 충분히 고지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댁내 가전 제품 설치가 가능한 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가령, 설치를 위해서는 현관문 폭이 가로 세로 높이가 어느 정도는 되어야 한다든가 엘리베이터는 몇 인승 이상이 되어야 한다든가 하는 정보다. 가전 제품 크기 정보만으로는 소비자가 설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업체가 제공해야 할 정보가 그리 어렵지도 않고 일부 가전·가구 업체들은 이미 제공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것도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비슷한 아파트 내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이라면 미리 대비를 했어야 옳다.

가전 기업은 고객 만족과 편의성 증대를 목표로 각종 기능을 홍보한다. 고객만족은 화려한 미사여구에서 나오지 않는다. 해당 기기를 써본 후 만족까지 이어져야 목표가 달성된다.

신혼 부부는 평생 해당 기업 가전제품을 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설치 취소로 마음이 상할 데로 상했다. 세탁기를 설치 못하는 고객 설움도 들여다봐줄 필요가 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