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量)과 질(質)은 칼날의 양면이다.
지나치게 양만 쫓다보면 질이 부실하고, 질만 고집하다보면 양이 줄어든다. 양과 질을 동시에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현실적으로 둘 다 챙기기 쉽지 않다.
특허도 마찬가지다. 최근 특허청은 ‘2014년 정부 연구개발(R&D) 특허성과 조사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5년간 정부 R&D 사업으로 창출된 특허를 양적·질적으로 세밀하게 분석해 내놓은 자료였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정부는 여전히 R&D 양적 성과에 목을 멘다. 숫자로 나타나는 특허 양적 성과는 미국·일본을 훨씬 앞섰지만, 질적 수준은 선진국 절반에도 못 미친다.
양적 성과 바로미터로 불리는 정부 R&D 특허 연평균 증가율은 10%가 넘는다. 특허생산성은 미국, 일본의 각각 6배, 4배 이상 높았다.
그에 비해 특허 질적 수준은 형편없었다. 낙제점이다. 특허청은 우리 특허 질적 수준을 언급하면서 외국에 비해 ‘다소 낮다’는 표현을 했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더 많이 낮았다. 정부 R&D 우수특허(상위 3등급)비율이 한국에 등록한 외국인 특허 30% 수준에도 못 미쳤다.
특허청이 다른 부처 입장을 고려해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현재 국내 공공연구기관과 대학 R&D를 지원하는 부처는 적지 않다. 미래창조과학부를 비롯해 교육부, 중기청 등 여러 부처에서 해마다 많은 예산을 들여 R&D를 지원한다.
질 낮은 특허를 무작정 양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기본이 탄탄한 우수 특허가 적은 데는 우리나라 특허 무효율이 다른 선진국보다 높은 이유와도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도 왜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이 특허를 출원하는데만 급급해 하는지.
근본 원인은 정부에 있다. 현 평가 시스템이 단기간 성과·실적주의에 매몰됐기 때문이다. 마인드를 바꾸지 않는 한 당분간 국가 R&D성과물 질적 수준이 높아지기는 힘들다.
신선미 전국부 부장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