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93개 콘텐츠기업 둥지튼 ‘문화창조벤처단지’…‘콜라보’로 구글·페이스북 넘본다

최고경쟁률 19:1. 인기 있는 아파트 분양 경쟁률이 아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청계천 옛 한국관광공사 자리에 문을 연 문화창조벤처단지(cel·셀 벤처단지) 입주기업 선정 경쟁률이다. 총 724개 업체가 지원해 93곳이 입주기업으로 뽑혀 지난달 입주 완료했다.

셀 벤처단지가 인기를 모은 건 기업 성장에 필요한 모든 것을 이 안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서 투자 유치를 도와주고 콘텐츠 제작과 실험에 필요한 창작시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가상현실 콘텐츠 전문업체 매크로그래프가 LED룸에서 디지털 배우와 실제 배우를 찍은 영상을 비교하고 있다.
가상현실 콘텐츠 전문업체 매크로그래프가 LED룸에서 디지털 배우와 실제 배우를 찍은 영상을 비교하고 있다.
버츄얼센터에서는 원격 영상회의를 할 수 있다. 앞으로 해외홍보문화원과도 연결해 영상 콘퍼런스를 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버츄얼센터에서는 원격 영상회의를 할 수 있다. 앞으로 해외홍보문화원과도 연결해 영상 콘퍼런스를 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셀 벤처단지 9층에는 셀 팩토리(제작지원시설)가 자리 잡았다. 랜더팜룸·LED룸·버츄얼센터·프로젝션 테스트룸·영상편집실 같은 첨단 제작시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예약제로 운영하는 셀 팩토리 시설은 입주사가 우선적으로 이용하고 남는 시간에는 외부 콘텐츠 기업에도 개방한다. 구경본 한국콘텐츠진흥원 cel벤처단지본부 기업육성팀장은 “영화나 애니메이션 후반작업을 하는 랜더팜을 이용하면 영화 ‘대호’처럼 CG가 많은 콘텐츠도 일반 PC로 처리하면 수백일 걸리는 작업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션 테스트룸에서 첨단기술을 활용해 제작된 영상을 배경으로 비보이팀 `애니메이션 크루`가 한국 상징 탈을 쓰고 융복합 공연을 하고 있다.
프로젝션 테스트룸에서 첨단기술을 활용해 제작된 영상을 배경으로 비보이팀 `애니메이션 크루`가 한국 상징 탈을 쓰고 융복합 공연을 하고 있다.
랜더팜룸은 영상처리 시간을 일반 PC로 작업할 때보다 절반 가량 단축시켜준다
랜더팜룸은 영상처리 시간을 일반 PC로 작업할 때보다 절반 가량 단축시켜준다

프로젝션 테스트룸에서는 제작한 영상을 모니터링하거나 미디어 아트, 미디어 퍼포먼스 연습을 할 수 있다. 정해운 닷밀 대표는 “프로젝션 테스트룸은 프로젝터나 미디어서버처럼 중소기업이 갖추기 힘든 고가장비가 완비돼 있어 미디어 퍼포먼스 연습을 하거나 영상 시사회 용도로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10층 열린공간에는 주로 1인 창조기업이 입주해 있다. 개방형이어서 주변 기업과 편하게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다.
10층 열린공간에는 주로 1인 창조기업이 입주해 있다. 개방형이어서 주변 기업과 편하게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다.

매력적인 것은 이뿐이 아니다. 11~15층에 마련된 독립 업무공간은 기본 2년에 최대 4년 동안 임대료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관리비도 50% 할인해준다. 주로 1인 창업기업이 입주하는 10층 열린공간은 임대료와 관리비가 아예 없다. 열린공간에 입주하면 기본 6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기업 당 어림잡아도 연간 경상비를 1억원 가량 절약할 수 있다.

11~15층에 있는 독립공간은 입주기업 규모에 따라 10평에서 30평까지 사용할 수 있다. 42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11~15층에 있는 독립공간은 입주기업 규모에 따라 10평에서 30평까지 사용할 수 있다. 42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셀 벤처단지의 핵심은 소통과 협업이다. 입주기업 간 협업으로 융복합 킬러 콘텐츠 발굴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11~15층에는 중앙계단을 만들어 기업끼리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진식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 문화창조융합본부 부단장은 “셀 벤처단지의 성공은 융합이며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달렸다”며 “각자 갖고 있는 장점을 모아 그랜드 프로젝트를 만들어 내 구글·페이스북을 뛰어 넘는 글로벌 벤처기업으로 키워 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 부단장은 “이제는 혼자만의 힘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라며 “셀 벤처단지에 입주한 93개 기업 500여명 직원이 협업해서 시장흐름 분석하고 한 발 앞서 치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16층은 셀 벤처단지 지원 핵심인 비즈니스센터(셀 비즈센터)다. 법률·회계·저작권·투자·해외진출 등 기업 경영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 서비스할 수 있는 공공·민간기관이 입주했다.

최보근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관은 “93개 기업의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를 셀 벤처단지 지원 플랫폼을 활용해 작지만 강한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는 창조 사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