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저유가, 축복인가 공포인가

[기고]저유가, 축복인가 공포인가

아시아지역 원유 판매가격 기준인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주 배럴당 28달러까지 떨어졌다. 2004년 2월 이후 거의 12년 만에 최저치다. 지난해 두바이유 연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47% 하락한 배럴당 51달러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유국 간 시장점유율 경쟁으로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서 석유재고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저유가 영향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지만 저유가는 우리 경제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하락이 전반적 물가 안정으로 이어지면서 가계부문에서 실질구매력 개선에 의해 소비지출이 확대되고 기업부문에선 생산비용 감소에 따른 투자지출이 확대돼 경제성장률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교역조건을 개선시켜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저유가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 경제 석유집약도(석유투입량/GDP) 감소로 인해 과거보다 현저히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부가가치 백만원을 창출하기 위해 투입되는 석유 양은 1997년 0.14toe(석유환산톤)로 최고 수준을 기록한 후 계속 낮아져 2014년에는 0.07toe를 기록했다. 이 기간 우리 경제 석유 의존도가 절반으로 줄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석유가 가스와 전력 등 다른 에너지원으로 꾸준히 대체되고 석유를 비롯한 모든 에너지 이용 효율이 향상된 데 기인한다.

분석 기관과 분석모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개 국제 원유가격 10% 하락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0.1% 포인트 상승시키고 소비자물가를 0.1% 포인트 하락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저유가가 오히려 대외 수요 부진으로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오고 저유가에 따른 물가 하락도 부정적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저유가로 어려움을 겪는 산유국 수입 감소로 우리나라 수출이 둔화되고 우리 경제가 이미 디플레이션 상태에 진입해 물가 하락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

위험요소는 있지만 저유가는 세계 경제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수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 하락은 석유수출국에서 석유수입국으로 소득을 이전시키는 효과가 있다. 세계 경제 전체적으로는 저유가가 전반적 수입물가 하락을 유발해 교역량을 늘릴 수 있다. 특히 선진국 수입물가 하락으로 수입이 늘어나면 신흥국 수출도 늘어나고 세계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대 산유국 수출 규모가 크지 않아 저유가로 야기되는 대외 수요 부진은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본다.

우리 경제 잠재성장률과 실제성장률 차이인 GDP갭이 과다하거나 물가 안정에 따른 임금 절감 기대심리가 크지 않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태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한국은행은 최근 2015~2018년 기간 우리 경제 잠재성장률을 3.0~3.2%로 추정했고, 주요 기관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3.3% 사이에서 잡았다. 소비자 물가도 최근 수년간 1% 내외 상승률을 보였고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2% 내외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론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 해야겠지만 저유가로 인한 물가 하락을 두려워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문제는 우리 경제 외부 여건 가운데 위협요인이 많다는 점이다.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는 수출산업 전망을 어둡게 만든다. 미국 금리 인상은 우리나라 투자 외국 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과 신흥국 간 금리 격차가 줄어들면 신흥국 시장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해 신흥국 경기가 위축되고 대 신흥국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 이러한 외부 여건으로 긍정적 효과가 상쇄될 수는 있지만 저유가는 우리 경제에 득인 면이 크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dslee@kee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