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실리콘밸리. 이곳에 삼성전자 혁신을 이끄는 전초기지들이 자리하고 있다. 새너제이와 팔로알토 등에 분산된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GIC),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가 주인공이다. 세 곳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파괴적(disruptive)’이다. 혁신 진원지인 실리콘밸리에서 순식간에 파괴적으로 벌어지는 기술과 산업변화에 대응한다. 지난 8일(현지시각) 삼성전자 혁신 전초기지를 방문했다.
먼저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아메리카(DSA) 건물에 있는 SSIC를 찾았다. DSA 건물은 지난해 8월 10일 완공한 10층짜리 건물로 지역의 새 랜드마크다.
한재수 DSA 법인장은 “3개 칩을 적층한 듯 한 형상”이라며 “협업, 혁신, 동반성장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SSIC는 손영권 사장이 이끈다. SSIC 핵심 업무는 실리콘밸리 등에서 벌어지는 기술과 산업 변화 흐름을 살펴보고 발빠른 투자와 인수, 제휴 등으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한다.
손 사장은 “실리콘밸리는 산업 생태계와 새로운 장을 만드는 비즈니스모델 메이커가 모인 중요한 장터”라며 “이곳에 삼성전자가 성공적으로 자리잡는 것은 필수”라고 밝혔다.
파괴적인 혁신이 계속되고 산업 지형도가 순식간에 변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도 방심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손 사장은 “과거 파괴적 변화는 10년 이상 걸렸는데 테슬라나 네스트 등을 보면 현재는 수 개월이면 파괴적 혁신이 가능하다”며 “큰 회사도 무너질 수 있고 새로운 파괴자가 와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교훈”이라고 말했다.
빠른 변화 시기에 삼성이 주력할 방향도 설명했다. 삼성 같은 큰 회사는 기존 핵심 사업을 유지하면서, 파괴적인 혁신을 위한 새로운 도전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손 사장은 “헬스, 보안, 커뮤니케이션, 엔터테인먼트가 가야할 길”이라며 “새 비즈니스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하고, 인수합병(M&A)할 수 있는 모델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4년부터 실리콘밸리에서 M&A를 하기 시작했다. M&A 목적은 새로운 IT 생태계를 주도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하겠다는 데 있다. 삼성페이 핵심기술을 제공한 ‘루프페이’, 사물인터넷(IoT) 핵심 플랫폼 개발을 주도한 ‘스마트싱스’ 등이 이렇게 인수한 회사다.
손 사장은 “삼성은 지난해 1000개 이상 회사를 살펴봤고 54개 기업에 투자했다”며 “이 과정에서 루프페이 같은 곳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루프페이와 스마트싱스 인수에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은 GIC다. GIC는 SSIC와 조금 떨어진 팔로알토에 자리했다. GIC 핵심 미션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혁신 기술과 인재, 벤처문화를 삼성에 수혈하는 채널 역할이다. 투자 또는 인수한 기업과 삼성전자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역할도 한다. 지난 2014년 인수한 스마트싱스는 현재 GIC 산하조직으로 편입돼 공동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GIC를 이끄는 데이비드 은 대표는 새해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GIC가 주도하는 혁신 중요성을 삼성 내부에서도 인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데이비드 은 사장은 “GIC는 제휴, 육성, 투자, 인수 등 다양한 일을 한다”며 “회사를 설립하기 이전 단계 인재도 접촉하고 3~4명이 모여 프로토타입을 개발한 회사에도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GIC가 가장 집중하는 분야는 IoT, 스마트홈, 모바일 커머스, 가상현실(VR) 등을 꼽았다.
데이비드 은 사장은 “GIC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우수한 사례를 삼성으로 가져오는 문화적 변화 주도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하드웨어 개발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결합해 맛있는 ‘짬뽕’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혁신기술 개발은 마운틴뷰에 자리한 SRA가 담당하고 있다.
마크 번스타인 전무는 “스탠퍼드·버클리 등 여러 대학 연구실과 기업 연구소 등 다양한 곳과 교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SRA는 삼성 스마트워치 기어S2에 적용한 회전베젤, VR 콘텐츠로 쓸 수 있는 360도 촬영 카메라 ‘프로젝트 비욘드’ 등을 개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는 미래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국내를 포함해 세계에 36개 연구소를 두고 2014년 기준 138억달러를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연구개발 인력은 전체인력 20%를 넘는다.
실리콘밸리(미국)=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