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정부 ‘3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13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다.
3기 경제팀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어느 때보다 위태롭다. 반짝 살아날 기미를 보였던 내수가 다시 주춤하고, 수출은 1년째 부진 늪을 헤매고 있다. 새해벽두부터 중국 금융시장 불안, 북한 4차 핵실험 등 대외 리스크까지 터졌다. 거시·실물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유일호 부총리와 주형환 장관의 위기 관리와 중장기 성장 정책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시장 반응은 기대 보다 우려가 앞섰다. 두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위기를 타개할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고, 2기 경제팀과 마찬가지로 우리 경제에 ‘장밋빛 전망’만 내놨기 때문이다. 3기 경제팀 핵심 과제로 탄력적이고 신속한 위기관리 체제와 정책 차별화, 현실적 경제 전망·분석이 꼽히는 이유다.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산업 구조개혁도 해결 과제로 꼽혔다.
◇차별화 없인 ‘반전’도 없다
지난 2014년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당면 과제는 침체된 내수 회복이었다. 세월호 참사로 가라앉은 경기를 띄우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최 전 부총리 경제 정책 ‘초이노믹스’의 핵심은 확장적 재정이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며 지출을 늘려 우리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모면했다.
유 부총리도 최 전 부총리 못지않게 어려운 시기에 취임했다. 하지만 동일한 해법은 답이 될 수 없다. 그동안 정부 지출을 계속 늘려 재정 건전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한정된 재정 범위에서 오직 ‘정책’으로 위기를 타개해야 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난제다.
유 부총리는 초이노믹스를 답습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초이노믹스를 계승하는 게 아니라 박근혜 정부 경제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호하게 초이노믹스와 차별화를 강조했지만 정작 그가 밝힌 경제 정책은 새로울 게 없다. 또 추경 편성 없이 올해 정부 경제성장률 목표치 3.1%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방안으로 2기 경제팀이 이미 강조했던 재정 조기집행, 신성장동력 발굴, 규제 개혁 등을 꼽았다.
최우선 정책 과제에서도 유 부총리만의 색깔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 부총리는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 법안 입법, 내수활성화와 수출 회복 총력 지원 등을 3기 경제팀 핵심 정책 과제로 꼽았다.
하지만 재정적 ‘실탄’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유 부총리가 기존 정책을 그대로 따라가기만 한다면 신속한 경기 회복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다소 위험 부담이 있더라도 뚜렷한 색깔을 갖고 과감하게 새로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나친 낙관론 버리고 탄력적 위기 대응을
유일호 경제팀의 또 다른 당면과제는 수출 부진을 타개할 수 있는 탄력적 위기 대응과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산업 구조개편이다. 이를 위해 낙관적 전망에 따른 정책 부실을 차단해야 한다. 2기 경제팀이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으로 관련 정책이 부실해졌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와 민간 경제상황 평가는 간극이 크다. 많은 민간 경제연구소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2%대로 내다봤지만 정부는 3.1%로 전망했다. 유 부총리도 추경 편성 없이 3.1%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뚜렷한 근거를 밝히지는 않았다.
최근 정부의 경제 상황 평가도 민간보다 낙관적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소비 등 내수가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주춤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백화점, 할인점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8%, 2.1% 줄었다. 백화점은 작년 6월(-6.0%) 이후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고, 할인점은 두달 연속 마이너스 행보다.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 ‘이벤트’ 효과가 소멸되며 소비가 다시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은 적절한 정책 수립을 막아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일본 장기침체, 유로존 재정위기 등은 정부의 낙관적 전망이 위기로 이어진 결과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3기 경제팀은 중국과 신흥국발 대외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신축적이고 탄력적인 정책 대응이 중요하다”며 “단기적인 대응과 함께 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수출 구조 개선,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산업 구조개편도 중장기 정책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13일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도 각각 취임식을 갖고 공식업무에 돌입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