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계절이 왔다. 선거구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각계각층 인사들이 20대 국회에 들어가기 위해 레이스에 돌입했다. 15일 공직사퇴 시한이 다가오면서 공직자 사퇴도 줄을 잇고 있다. 기업·산업계 인사들도 속속 정치대열에 뛰어들었다. 새로운 꿈과 도전에 나선 이들을 릴레이로 만나본다.
벤처기업 솔루션홀딩스 공동창업자, NHN게임스 대표, 웹젠 대표, 우리나라 상장주식 100대 부호.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에 따라 붙는 수식어다. 성공한 대표 벤처사업가로 불리는 그가 돌연 경험이 전무한 정치권에 몸을 실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당) 두번째 외부 영입 인재다.
세간의 관심은 ‘왜’다. 김 의장은 “지지해온 정당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힘을 보태고 싶었다. 나와 더불어 영입된 전문가들이 일하는 정당을 만들고 구태 쇄신에 역할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실제 헬조선이냐, 아니냐를 말하기 전에 그렇게 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이를 정책적으로 풀어가려 한다”고 입당 배경을 설명했다.
행보가 비슷해서 일까, 비교가 되곤 하는 안철수 의원과는 확실한 선긋기를 했다. 과거 안 의원을 지지했다고 밝힌 그는 “벤처 1세대로서 업적을 놓고 보면 존경하는 분이지만 정치권 입문 이후 말과 행동이 달랐고 정치혐오라고 느낀 발언을 한 것을 보고 아쉬움을 느꼈다”며 성향 차이를 분명히 드러냈다.
이번 총선 출마·공천과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전혀 없고 당이랑 고민을 더해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하 일문일답.
-정치권에 몸을 담은 이유, 정확히 말해 더민주당에 입당한 이유가 무엇인가.
▲오래전부터 지지한 정당인데 최근 거듭된 탈당으로 위기에 빠졌다. 나라도 힘을 보태자고 생각했다. 문재인 대표가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서 일 잘하는 정당으로 만들어보자는 얘기를 했다. 정치권에서 기존 정치인이 할 역할도 있고 현장에 있는 사람이 기여할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하면서 일주일 정도 숙고했다(웃음). 결정하고도 생각이 왔다 갔다 했다.
-주변 사람들은 뭐라고 했나.
▲가족이나 주변 사람 반대가 많았다. 내가 정치인의 성향이 아닌 것을 잘 아는 사람들이다. 입당을 결정하고도 고민이 끊이지 않았다.
-총선 출마 여부는 결정됐나. 염두해 둔 지역구는.
▲선당후사 아닌가. 우선 당 쇄신에 노력하려 한다. 출마 여부 등은 당이랑 계속 고민할 문제 아닌가. 아직 누구와 그런 얘기를 한 적 없다.
-최근 영입인재들과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더민주당이 최근 그나마 칭찬받는 부분이 외부 인재 영입이라고 생각한다. 정치 경력이 다들 전무해 정치권 문법에 익숙하지 않다. 전문성을 어떻게 정치로 연결할지 고민이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도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당에서 도와달라고 하는 것은 다 할 것이다. 당이나 나나 활용방안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영입인재가 어떤 조합으로 무슨 역할을 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최근 영입된 사람들은 어찌 보면 스페셜리스트다. 정치인은 제너럴리스트라고 말들 한다. 간극을 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 입당한지 얼마 안됐지만 기존 정치권 인사가 생각하지 않은 얘기도 꺼내고 하니까 정치와 국민 사이 괴리를 좁힐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성공한 벤처 사업가이자 정치인 안철수 의원과 비교가 된다. 대항마라는 수식어도 붙는다. 이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안 의원과 나는 비교가 안된다. 그분은 대선후보다. 나는 이제 막 정치권에 몸담았다. 차이는 보는 사람이 평가하면 된다.
안 의원은 벤처 일세대로 신화를 만든 분이다. 뒷사람이 잘해도 1세대를 뛰어 넘기 힘들다. 존경받아야 한다. 특히 전국을 다니며 청춘콘서트로 청년 얘기를 듣고 위로했다. 이것이 안철수 현상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런 역량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하지만 정치인 안철수는 조금 아쉽다. 얘기와 행동이 맞지 않았다. 과거 국회의원수를 줄이자고 한적이 있다.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으로 할일이 많은데 의원수를 줄이자고 한 것은 정치혐오로 보였다. 과거 안철수 의원을 지지했다. 낡은 진보 청산. 부폐 척결 등 강조했는데 최근 창당 단계에서 보인 모습은 거리가 있다.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다.
-게임업계 출신 정치인으로서 현재 게임 규제 흐름에 대한 철학이 궁금하다.
▲정치에 입문하니까 게임에 대한 정치권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해 달라는 기대감이 있다.
현재 게임 규제는 ‘게임은 악이다’라는 전제아래 정책이 만들어진다. 그런 틀을 바꿔야한다. 특히 셧다운제는 없어져야 한다. 자정 이후 게임을 하는 16세 이하 청소년 비율이 높지 않다. 소수를 막기 위해 사회적 낭비가 너무 크다. 그리고 게임 업계가 타격 받는데 중소기업 피해가 크다. 서비스를 중단한 대다수 기업이 중소업계다. 인터넷과 관련해서는 개인 측면 규제가 강화화는 추세를 문제로 본다. 공인인증서, 개인 방화벽, 키보드 보안을 강제로 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고 서버 보안을 강화화는 세계 추세와도 맞지 않다. 우리나라는 그렇게 해야 사고가 나도 금융권이 면피를 한다. 이런 순환고리를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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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