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636쪽, 김영사 펴냄, 2만2000원

‘사피엔스’는 오늘 날의 인류가 어떻게 서로 협력하고 성장해 기술문명의 정점에 서게 됐는지, 그리고 인류가 어떤 미래를 향해 나가야 할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인류가 성장해 온 역사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그 사이에 자신의 참신한 통찰력을 끼워 넣어 독자들을 일깨운다.

그의 의도는 한국어판 서문에 쓰인 대로다.

“나는 이 책이 독자 스스로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어떻게 해서 이처럼 막대한 힘을 얻게 되었는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나는 또한 이같은 이해 덕분에 생명의 미래에 대해 우리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인류가 다른 동물과 달리 고도의 문명을 누리게 된 배경에는 허구를 구성해 내는 능력, 즉 지금부터 약 7만년 전부터 3만년 전 사이에 출현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이를 ‘인지혁명’이라고 정의한다.

[북리뷰] 사피엔스

하라리는 “픽션(허구)이 등장한 덕분에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동일한 생태적 조건하에서 살았던 사람들도 매우 다른 상상의 실체를 만들어 낼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 서로 다른 상상의 실체들은 서로 다른 규범과 가치로 모습을 드러냈다”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진제국과 로마제국(, 그리고 오늘 날)에 이르는 모든 협력망은 상상 속의 질서였다. 이들을 지탱해주는 사회적 규범은 타고난 본능이나 개인적 친분이 아니라 공통의 신화에 대한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인지혁명 결과 인류는 허구 속에서 만들어진 공유할 수 있는 질서를 바탕으로 신뢰성을 쌓아갔고 이것이 화폐경제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설득력 있다.

저자는 멀리는 미시시피버블이 프랑스혁명으로 이어지는 과정, 그리고 가까이는 지난 2007년 금융버블에서 나타난 경제붕괴를 사례로 들면서 신뢰붕괴, 또는 신용붕괴가 가져오는 부작용을 예시한다.

인지혁명 이후 인류에게 이어진 또다른 혁명은 과학혁명이었다. 그 핵심은 ‘인류가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모른다는 점의 발견이었다’는 지적도 공감을 준다. 인류가 집단적으로 무지를 공개 인정하고 협력한 결과 오늘날 현대 문명의 정점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어 과학과 산업과 군사기술이 자본주의 체제와 산업혁명 등장으로 비로소 서로 얽히기 시작했고, 일단 그 관계가 정립되자 세계가 급속히 변했다는 점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과학자와 파이오니어가 인류 발전에 미친 아주 중요한 공통점도 정확하게 꿰뚫는다.

“과학자와 정복자의 공통점은 둘 다 무지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했고 저 밖에 무엇이 있는지 나는 모른다는 점을 인정한 데 있다. 이들은 나가서 새로운 발견을 해야겠다는 강박을 느끼고 있었다...그리고 그렇게 얻은 새로운 지식이 자신을 세상의 주인으로 만들어 주기를 둘 다 희망했다.”

저자 유발 하라리는 자신이 말한 인간의 ‘허구를 구성해 내는 능력’ 즉, DNA의 돌연변이가 만들어냈을 허구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저작과정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인류 역사를 씨줄과 날줄로 종횡무진 엮어 내고 자신의 가정을 기막히게 섞어 가면서.

그는 인류의 성장 과정을 풀어가면서 “바람없는 달표면에 발자국을 남겼던 닐 암스트롱은 3만년 전 동굴에 손자국을 남겼던 이름 모를 수렵채집인보다 더 행복했을까? 만일 그렇지 않다면 농업과 도시, 글쓰기와 화폐제도, 제국과 과학,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질문도 빼놓지 않는다.

이에 대해 우리는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더 나아가 미래기술(유전자조작,로봇기술,나노기술같은)의 진정한 잠재력에 대해서도 진단한다. 그 결과는 호모사피엔스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임을 간파한다.

그는 “프랑켄슈타인의 신화에 따르면 지금같은 속도로 기술이 발달할 경우 호모사피엔스가 완전히 다른 존재로 대체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 존재는 체격뿐 아니라 인지나 감정면에서 우리와 매우 다를 것이다”라고 경고한다.

유발 하라리는 말한다.

“우리가 과학자들이 신체뿐 아니라 정신도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면 힘든 시간을 거쳐야 할 것이다....우리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은, 역사의 다음 단계에는 기술적, 유기적 영역뿐 아니라 인간의 이식과 정체성에도 근본적인 변형이 일어나리라는 생각이다. 또한 이러한 변형은 너무나도 근본적이어서 사람들은 ‘인간적’이라는 용어자체에 의문을 품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신의 영역을 넘나드는 인류의 더나은 미래를 위한 열쇠로 ‘문화의 힘’을 제시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어떤 문화로 그 미래를 지켜 나갈 수 있을까?

전자신문인터넷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