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 <42> 대학 개혁 선도하는 신구 세종대 총장

신구 세종대 총장은 “데이터시대 컴퓨터 언어를 모르면 리더가 될 수 없다”며 “세종대를 이공계 중심대학, SW선도대학으로 중점 육성해 2020년까지 세계 100위 대학에 진입 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신구 세종대 총장은 “데이터시대 컴퓨터 언어를 모르면 리더가 될 수 없다”며 “세종대를 이공계 중심대학, SW선도대학으로 중점 육성해 2020년까지 세계 100위 대학에 진입 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교문을 들어서자 왼쪽 창의관에 걸린 대형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최우수 A등급, 국내 14위, 아시아 18위, 소프트웨어(SW)중심대학 선정이다. 세종대 현 위상을 대변하는 듯 했다.

세종대는 2015년 10월 영국 대학평가기관 타임스고등교육(THE)이 발표한 세계대학 순위에서 국내 14위, 아시아 18위 대학으로 뽑혔다. 세종대 75년 역사상 가장 높은 순위다. 지난해 8월에는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최우수 ‘A등급’을 받았다. 그뿐이 아니다. 국내 최초로 신입생 예비대학 코딩교육을 실시해 모범사례로 선정됐고 지난해 SW중심대학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5월 국내 최초로 빅데이터진흥센터를 개소했다. 이런 개혁성과를 기반으로 세종대는 이공계 중심대학, SW선도대학, 세계 명문대학으로 제2 도약을 추진 중이다.

대학 개혁리더로 불리는 신구 세종대 총장을 12일 오후 집현관 10층 총장실에서 만났다. 신 총장은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화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 세종대 화학과 교수를 시작으로 과학기술연구소장. 연구진흥처장, 산학협력단장, 대학발전위원장, 교무처장, 부총장 같은 요직을 차례로 지냈다. 2012년 7월 11대 총장에 취임했다. 신 총장은 3년 내내 미래를 심는 마음으로 대학개혁 드라마를 기획하고 연출했다. 숨 가쁜 날들이었다. 지난해 6월 신 총장은 12대 총장으로 연임했다. 인터뷰는 1시간 30분 이어졌다. 홍보실장 한창완 교수가 배석했다.

-올해 대학운영 포부는.

▲1기 총장으로 일할 때 대표 성과라면 ‘THE’가 발표한 세계대학평가에서 세계 600위권에 오른 일이다. 세계 1만3000개 대학 중 세종대가 국내 대학 14위, 아시아 18위를 차지했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 명문대학으로 도약하겠다. 제2 도약 계획도 마련했다.

-지난해 선포한 ‘비전 2020’을 말하는가.

▲그렇다. 2020년까지 세계 400위 대학과 국내 10위권 진입이 목표다. 4년 전 외국인유학생이 500여명인데 지금은 1300여명으로 늘었다. 2020년까지 3000명 선으로 늘릴 방침이다.

외국인 교수도 1차로 10여명 선발했다. 추가로 10여명을 더 뽑아 올해 20여명을 채용할 방침이다. 강의와 연구, 행정에서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우수 인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취임 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일은.

▲나는 인치(人治)보다 시스템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예측가능하고 집행이 공정하다. 각종 평가나 집행도 세계기준에 맞게 제도화했다. 교수업적 평가도 논문 수보다 질 위주로 변경했다.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는데 어떤 노력을 했나.

▲교육개혁에 구성원이 최선을 다한 결과다. 대학교육 목표는 창의인재 양성이다. 창의인재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말은 쉽지만 실행은 어렵다. 교양과목에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을 도입했다. 사전에 25분짜리 동영상 강의를 학생이 듣고 주입식 교육이 아닌 토론, 발표, 문제풀이로 진행한다. 교수는 질문하는 사람이다. 몇 해 전부터 문제중심학습(PBL)교육을 시작했다.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할 수 있게 바퀴가 달린 책상과 의자로 강의실을 바꿀 방침이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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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늘 개혁을 생각한다. 좋은 사례를 보면 이걸 학교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잊어버릴까 봐 수시로 교수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게 교수에게 부담이 되는 줄 뒤늦게 알았다. 지금은 문자예약 전송 기능을 이용한다.

-SW중심대학으로 선정됐는데.

▲세상은 하드웨어(HW)중심에서 SW중심으로 변했다. 산업체에서 SW인력 요구가 많다. SW를 전공한 학생은 100% 취업한다. 융합분야 전문 인력을 매년 300명 배출한다는 게 목표다. 알리바바그룹 마윈 회장은 “정보기술(IT) 시대가 가고 이제 데이터기술(DT)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국내 최초로 데이터사이언스 학과를 신설해 내년부터 학생을 모집한다. 세종대는 이미 이공계 중심대학이다. 공대 비중이 56%다.

-전 학년 코딩교육을 필수화한 이유가 궁금하다.

▲3년 전 국내최초로 코딩교육을 시작했다. 예비대학에서 6주간 코딩교육하고 실습도 한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모범사례로 선정돼 발표도 했다. 세계 공용어가 영어라고 생각하나. 아니다. 컴퓨터 언어다. 이걸 모르면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없다. 데이터 시대는 데이터를 가공할 줄 알아야 하고 설령 못해도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코딩능력은 경쟁력 원천이다.

-이공계열을 어떻게 육성할 구상인가.

▲지금 시대를 ‘스마트 시대’라고 규정한다. 가전과 자동차 어디에도 스마트가 들어간다. 스마트 가전, 스마트카 시대로 변한다. 앞으로 IT와 융합한 분야를 중점 육성할 방침이다. IT와 융합한 학과를 신설하고 교수도 뽑을 계획이다. 융합형 인재 양성에 노력하겠다. 세종대를 SW선도대학으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유비쿼터스 교육과 스마트캠퍼스 구축으로 어떤 변화가 있나.

▲변화를 취업률로 확인할 수 있다. 몇 해 전 취업률이 40% 후반이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취업률은 70%다. 기업이 실력 없는 졸업생을 뽑겠나. 실력 있는 학생을 배출한 결과가 취업률로 나타났다고 본다. 스마트 캠퍼스로 u-체크와 u-드림시스템이 있다. u-체크는 학생 출석을 앱으로 확인하고 u-드림은 학생 전 과정을 교수가 일대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브랜드 학과 육성 성과는.

▲40여개 이상 학과 학부가 있는데 선택과 집중으로 브랜드 학과를 육성했다. 내신 성적으로 선발하는 수시학생 성적이 지난해 평균 2.09등급이었다. 그게 올해는 1.69등급으로 올랐다. 내신 성적을 100% 반영하는 수시에서 세종대는 1등급 아니면 입학 못하는 대학으로 발전했다.

-빅데이터진흥센터는 앞으로 어떻게 육성할 구상인가.

▲2년 전 미래창조과학부에서 75억원을 지원받아 문을 열었다. 앞으로 산학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데이터는 접근하기도 어렵고 그 정보를 가공해 활용하기까지 쉬운 게 없다.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지난해 서울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공공데이터를 이용하기로 했다. 10개 이상 기업을 지원했는데 벌써 투자를 받거나 수출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나왔다.

-공유대학을 주장했던데.

▲서울시내 대학 총장으로 구성한 서울총장포럼에서 지난해 6월 ‘공유대학’ 개념을 제안했다. 대학은 최고 전문가 집단이고 시설도 최고지만 견고한 울타리로 둘러싸였다. 대학이 보유한 강의나 시설, 정보, 교수를 개방해 나누자고 제안했다. 쉬운 일부터 시작해 학점도 교류하자고 했다. 2월에 공유대학 조인식을 한다. 서울 시내 20여개 대학이 참여한다. 이제 시작이다. 2단계, 3단계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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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가 추구하는 인재상은.

▲배려하는 인재, 나눔에 앞장서는 인재다. 재능이나 시간을 나눌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봉사를 강조한다. 봉사를 안 하면 졸업을 못한다. 학생 스스로 팀을 구성해 계획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평가해 주는 창의봉사장학금 제도도 있다. 지난해 대상을 받은 학생은 이슬람 문화권에서 온 유학생을 위한 ‘할랄푸드’ 봉사를 했다. 이슬람 문화권 유학생이 200여명이다. 졸업 후 국내 유명기업에도 합격했지만 한국할랄푸드연구원에 연구원으로 취업했다. 봉사는 배려고 나눔이다.

-대학생 취업난이 심각하다. 취업지원을 어떻게 하나.

▲가장 중요한 게 기본에 충실하고 실력이 있어야 한다. 대학에서 취업지원관제도 운영하고 토익 무료 테스터센터도 운영한다. 학생이 1학년 때부터 4년을 어떻게 보낼 지 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교수가 진로를 지도한다. 가능하면 학생이 원하는 것 하도록 최대한 기회를 준다. 복수전공이나 이중 전공제, 전과(轉科)도 할 수 있다.

-고전 100선 읽기를 필수화했다는데.

▲졸업할 때까지 학교에서 뽑은 고전 100선 중 10권을 선택해 읽어야 한다. 독후감을 내는 게 아니라 시험을 본다. 70점 이상을 얻어야 한다.

-학생에게 당부할 말은.

▲뭐든지 할까 말까 망설일 때는 ‘가능한 하라’고 당부한다. 학생뿐만 아니라 두 아들에게도 늘 하는 말이다. 나도 실험을 하다보면 실패할 때가 더 많다. 고민하다 수정해 시도하면 성공한다. 실패했다고 좌절하거나 고민하지 말고 도전해야 한다. 실패해도 깨달음을 얻는다. 도전하지 않으면 깨닫는 것도 없다.

-학생에게 권하고 싶은 책은.

▲최근에 읽은 책이다. ‘단숨에 이해하는 군주론’을 권한다.

-좌우명과 취미는.

▲길은 반드시 있다. 갈까 말까 망설이지 말고 어떻게 갈 것인가를 생각하면 반드시 길은 나타난다. 도전 없이 얻는 것은 없다. 취미는 등산인데 최근 도예공방도 한다.

신 총장은 교수 합창단과, 교수 요가, 교수 암벽등반, 교수 회화(繪〃)반 등 동아리활동을 적극 장려한다고 배석한 한 교수가 말했다. 신 총장의 대학 개혁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현덕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