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랑 저축은행을 비교하는 건 말이 안 되죠.”
A은행 관계자가 성난 채 전화를 걸어왔다.
중금리 대출상품을 두고 A은행보다 B저축은행 실적이 더 좋다는 기사 문구 때문이었다.
신용등급 1~7등급 대상, 6~9%대 금리로 1000만원까지 대출해 주는 A은행 중금리 대출상품은 10영업일 기준 대출실적 36억원을 기록했다. 시중은행 최초 모바일뱅크로 출시했을 뿐만 아니라 모바일전용 중금리 대출시장을 선점했다는 홍보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뒤이어 등장한 B저축은행 중금리 대출이 히트하면서 판도를 바꿨다. 7~13%대 금리로 3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B저축은행 중금리 대출상품은 10영업일 기준 48억원 실적을 거뒀다. 평균 적용금리는 9.9%로 은행 중금리 대출과 큰 차이가 없다.
같은 기간 은행보다 10억원 이상 실적이 웃돌았다. 물론 고객층, 대출 한도 등 은행과 저축은행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20%대 고금리 영업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저축은행이 변신한 것은 분명하다. 타성에 젖었던 일반 은행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하반기 출범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 시장에 치열한 경쟁을 유발시켜 강력한 메기효과를 불러왔다.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저축은행, 지방은행, 핀테크기업까지 금융권이 너도나도 중금리 대출을 내놓는다. 저금리가 지속되고 수익성이 뚝뚝 떨어지자 콧대 높던 은행이 제1 금융권 체면도 버리고 신생 IT업체와 손잡거나 저축은행과 협력을 모색하는 등 치열한 생존 경쟁도 벌어진다.
금융사 규모나 브랜드명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이제 비대면 인증이나 생체 인증, 로보어드바이저 등 IT융합으로 소비자에 더 많은 혜택을 주고 편리한 서비스를 내놓는 금융사가 살아남는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했다.
더 이상 금융사가 앉아서 기다려도 되는 쉬운 고객은 없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