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7일 새벽에 ‘넷플릭스(Netflix)’라는 글로벌 OTT(Over-the-top) 사업자가 국내에 진입하면서 방송미디어 시장에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넷플릭스는 190여개 국가에서 7000만명 이상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유료방송 시장에 ‘코드 커팅(Cord Cutting·유료방송 가입 해지)’과 ‘코드 쉐이빙(Cord Shaving·저가 유료방송 서비스로 전환)’ 현상을 야기하면서 젊은 세대에게는 ‘넷플릭스를 보면서 쉬자(Netflix and chill)’라는 유행어를 만들 정도로 영향이 컸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넷플릭스 진입이 국내 유료방송 시장 나아가 전체 방송미디어 산업에 서 이용자 이탈, 해외 콘텐츠 범람, 국내 방송 재원의 해외 유출 등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실제로 유튜브가 국내 인터넷 동영상 시장을 잠식하면서 지배적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현실을 볼 때, 이런 우려가 기우가 아닐 수도 있다.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넷플릭스는 7.99달러에서 11.99달러까지 세 가지 상품으로 출시됐다. 아직까지는 700여개 콘텐츠만 제공한다. 국내 방송플랫폼이나 콘텐츠 사업자와 제휴하지 않아 단기적인 파괴력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앞으로 국내 콘텐츠 판권을 확보하고 제휴 대상을 넓혀 나갈 것이다. 국내 방송사업자가 넷플릭스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일본에 진출했다. 일본 진출 경험에 비춰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해당 국가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콘텐츠사업자(후지TV)와 제작사(요시모토흥업)와 제휴 또는 현지화를 위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이는 국내 지상파 방송사나 대형 PP, 외주제작사에 대해서는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방송콘텐츠 제작 역량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점, 한류 콘텐츠 인기도 등을 고려할 때 넷플릭스와 제휴는 콘텐츠 산업의 또 다른 성장 유인이 발생할 수도 있다. 넷플릭스는 탈국경 플랫폼 사업자로서 강력한 글로벌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콘텐츠 사업자 관점에서 넷플릭스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콘텐츠 수출이나 한류 진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도 있다.
거인 어깨 위에 올라서서 거인보다 더 먼 곳을 보라는 말이 있다. 이를 국내 방송미디어 산업에 빗대어 해석하면 비록 국내 방송사업자 역량이 대형 글로벌 미디어사업자에 비해 열세에 있어도 이를 활용해 열세를 극복해라는 말일 것이다.
넷플릭스 시장 진입은 분명 부정적 혹은 긍정적 영향을 시장과 산업계 모두에 발생시킬 수 있다.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거인을 국내 방송사업자가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국내 방송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
국내 방송미디어 산업에 새로운 투자자와 해외시장 진출 파트너를 확보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넷플릭스에 대한 국내 방송미디어 산업 대응 전략을 신중하게 수립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정책연구실장 jklee@mf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