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남극에서 채취된 후 영하 20도(℃)로 냉동됐던 0.3mm의 미세한 벌레가 해동시키자 살아났다. 게다가 알까지 낳았다. 끈질긴 생명력으로 유명한 물곰(Water Bear)이란 이름의 벌레다.
마이니치신문은 15일 일본 국립극지연구소팀이 이같은 실험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냉동 된 후 깨어난 물곰의 최고 동면 기록은 9년이었다.
물곰은 0.1~1mm 크기의 생물로서 습지와 이끼는 물론 초저온 및 초고온(-272~151℃),건조기후 등 가혹한 환경아래서도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8개의 발에 각각 4~8개의 발톱이 달려있는 무척추동물이다. 이 작은 생물은 해저 4천m에서 해발 6천m 이상 에베레스트산속에 이르기까지 지구 곳곳에서 발견된다. 사람에게 치사량인 방사성 물질(감마선) 농도의 1000배가 넘는 5000그레이(Gy)이상의 환경에서도 죽지 않는다. 6천기압까지 견뎠고 우주 진공상태에서 며칠씩 살아남았다.
연구팀은 지난 1983년 11월 남극쇼와기지 근처에서 이끼샘플을 추출했다. 그리고 이 이끼를 기지의 냉동실에 넣어 영하 20도로 유지시켰다. 지난 2014년 이 샘플을 해동시켜 물에 담갔을 때 길이 0.3mm인 물곰 두마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중 한 마리는 제공된 클로렐라를 별로 먹지 않은 채 죽었지만 다른 한마리는 다섯차례나 이끼 샘플에 알을 낳았다. 이들은 물에 담가졌고 6일이 지나자 14마리가 부화했다. 클로렐라를 먹은 물곰은 번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연구팀은 물곰이 냉동상태를 유지하면서 산화에 의한 세포와 유전자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긴 동면후 살아나서 번식까지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메구무 츠지모토 남극쇼와기지 특임연구원은 물곰이 30여년 간의 긴 냉동상태에서 동면하다가 살아난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유전자 손상 및 회복기능을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 해 11월 노스캐롤라이나대(UNC) 연구팀은 물곰 DNA의 염기서열을 분석, 이 생명체가 전체 유전자의 약 17.5%를 다른 생명체(다른 박테리아,식물, 곰팡이류, 고세균류)로부터 유래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대다수 동물의 DNA분석 결과 자신의 유전자 가운데 1% 미만 정도가 다른 생물로부터 가져온 것에 비하면 엄청난 비율이다. 물곰의 유전자는 극한 환경에 노출되면 작은 조각으로 나뉘며, 자체적으로 유전자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외래생물의 유전자를 흡수하게 된다.
이재구 전자신문인터넷 국제과학 전문기자 jk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