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은 전설에 존재하는 머리에 뿔 달린 말이다. 벤처업계에서는 기업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 스타트업을 일컫는다. 신생 벤처에게 유니콘이란 칭호는 전설에 다가서는 의미를 지닌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으로 비상한다. 모바일과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O2O·게임·콘텐츠 분야에서 미래 유니콘을 꿈꾸는 도전자를 소개한다.
“그저 사람이 좋았어요.”
스타트업 출발점은 대개 비즈니스모델 아니면 기술이다. 특정 서비스나 상품을 염두에 두고 창업한다. 포퓰러스(대표 이상혁)는 달랐다. 사람이 먼저 모인 후 할일을 찾았다. 일에 사람을 맞추지 않고 사람을 우선순위에 뒀다.
포퓰러스는 2014년 3월 설립됐다. 카카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던 이상혁 대표를 비롯해 임직원 9명 모두 카카오 출신이다. 성장궤도에 접어든 회사에서 제 발로 걸어 나왔다. 심경진 기획 담당 이사는 “성장한 회사도 좋지만 마음 맞는 사람과 목표를 향해 바닥부터 만들어가는 과정이 제일 즐겁고 행복하다”고 독립 배경을 설명했다.
포퓰러스는 사람(People)의 라틴어 어원이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겪는 불편한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려는 철학을 담았다.
사명은 회사 경영원칙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포퓰러스는 집단 경영·지배체제다. 이 대표가 있지만 회사와 관련된 모든 결정을 전 직원이 함께 내린다. 휴가나 근태는 각자 알아서 한다. 9명 모두가 임원이자 공동창업자다. 1대 주주도 없다.
포퓰러스는 사람이 먼저 모인 탓에 창업 후 1년을 예비창업 기간으로 보냈다. 지난해 11월에야 첫 작품 ‘버켓(BUCKET)’을 내놓았다. 버켓은 스마트폰과 PC에 저장된 사진·동영상·문서 파일을 공유하는 앱이다. 언뜻 보면 새로울 게 없다. 스마트폰 속 사진을 자동 백업해주는 앱이 널려 있다.
포퓰러스는 기존 앱과 다른 길을 걸었다. 정보기술(IT) 트렌드와 반대 반향을 선택했다. 버켓은 클라우드 방식이 아니다. 최근 백업·공유서비스는 클라우드가 대세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해당 파일이 클라우드 공간에 저장된다.
버켓은 스마트폰 원본 파일을 사용자 PC로 보낸다. PC에 담긴 파일을 스마트폰으로 불러온다. 파일은 버켓 서버를 거칠 뿐이다. 사용자 단말기에만 저장된다. 사용자가 서비스에 종속되지 않는다. 종전 클라우드 방식이 개인정보 유출위험, 유료결제 부담, 서비스 연속성 불안감을 안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포퓰러스는 올해 버켓 사업을 본격화한다. 해외 이용자용 영문 버전도 준비 중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버켓과 결합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10명도 안 되는 소규모 스타트업이어서 어려울 때도 많다. 대규모 마케팅 없이 앱을 알리는 것은 힘든 일이다. 수많은 지원조직이 뒷받침됐던 카카오와 달리 기획·개발에서 마케팅까지 모든 것을 자체 해결해야 한다. 버켓 영문판을 만들려니 당장 법률용어를 쓰는 이용약관 영문화가 큰 숙제였다.
다행히 이용자 반응은 좋다. 회사가 가진 꿈도 조금씩 커간다. 포퓰러스는 일상의 불편함을 기술로 해소하고, 구성원이 함께 성장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 심 이사는 “사람 중심 회사라는 가치를 지켜나갈 것”이라며 “수익보다는 유의미한 가치를 구현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