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는 말 그대로 가상현실이다. 진짜는 아닌데 마치 현실처럼 보인다. 내가 있는 장소, 시간과 상관없이 전 세계 어디든 마치 직접 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오아시스 없는 사막을 땀 한 방울도 안 흘리고 둘러보는 게 가능해졌다.
VR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VR 기기 구입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용돈 좀 아끼면 가능하다. 반면 볼 거리는 많지 않다. 제작 방식이나 개념 자체가 달라 시간이 걸린다. 콘텐츠가 부족한 상황에서 기기가 앞서 대중화됐다.
결국 콘텐츠가 시장 성패를 가름하는 열쇠다. 문제는 당장 볼 거리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만들기가 어렵다. 정면 단일 방향만 보여주는 3D와 달리 VR는 모두 새로 제작해야 한다. 전후좌우는 물론이고 심지어 위·아래까지 모든 방향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VR 콘텐츠 특성상 360도 돌아볼 수 있어야 하는데 왜곡을 없애는 게 어렵다. 촬영한 화면을 이질감없이 이어붙이기도 쉽지 않다.
일단 소비자가 직접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VR 전용 카메라들이 같이 등장해 급한 불은 끄겠지만, 시장이 커지기 위해서는 전문 제작사의 고품질 콘텐츠가 얼마나 많이, 빠르게 공급되느냐가 관건이다.
화질도 개선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VR를 제대로 즐기려면 초고화질(UHD) 수준은 돼야 한다고 말한다. 눈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VR 콘텐츠 개발 경쟁은 게임 업계가 가장 치열하다.
게임 업계에서는 3월 출시를 앞두고 있는 오큘러스 리프트,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S) VR, HTC 바이브 등을 기반으로 한 게임 개발이 한창이다.
소니는 최근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2016(MWC 2016)에서 VR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게임 쪽에서는 가장 앞섰다는 평가다. 기기와 콘텐츠를 모두 확보해서다.
소니는 지난해 11월 열린 ‘지스타2015’에서도 전용 게임으로 관람객 몰이에 나섰다. 당시 소니 PS VR ‘섬머레슨’ 게임은 3분 체험을 위해 다섯 시간 넘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섬머레슨은 미소녀와 데이트를 즐기는 내용이다.
가상현실이라는 특성때문에 포르노 콘텐츠도 급성장을 예고했다.
독일 한 언론에 따르면 2025년 VR 포르노 시장은 10억달러(약 1조23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비디오 게임(14억달러)과 풋볼 경기 중계(12억3000만달러)에 이어 세번째로 큰 콘텐츠 시장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6’에서 VR 포르노 콘텐츠가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언론도 앞다퉈 가상현실 뉴스를 선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신문 구독자에게 구글 카드보드 VR 안경을 제공하기도 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360도 동영상을 본인 계정에 올리며 VR 지원을 알렸다.
구글은 VR를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익스피디션 파이오니어 프로그램이다. 부담없이 VR을 교육에 적용하도록 저렴한 가격으로 VR 기기인 카드보드를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VR은 관심도 높고 활용성이나 시장성도 커 전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며 “킬러 콘텐츠가 시장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