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글로벌 경제 위기 주목한 다보스포럼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포럼이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막을 올렸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이 지구촌과 미래 세대에 미칠 영향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4일간 열리는 300여 세션 중 140여개가 4차 산업혁명 관련 프로그램이다.

로봇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카, 생명과학 분야 등에서 첨단기술이 접목, 융합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서서히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다보스에 모인 각국 유력 정치인과 경제계 거물들은 4차 산업혁명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글로벌 경제 때문이다. 새해 벽두 글로벌 증시 폭락에 유가 속락, 중동 긴장, 북핵 실험, 유럽 난민 등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악재가 터졌다. 위기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상황에서 주최 측이 한가한 주제를 잡았다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도 지난 18일 “다보스포럼 주제 ‘4차 산업혁명’은 생뚱맞아 보이며 지엽적인 문제”라고 비판했다.

2008년 금융위기 후 글로벌 경제는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다. 다보스포럼 개막 하루 전인 19일, 중국은 1991년 이후 25년 만에 바오치(7% 성장 유지)가 무너졌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연말 미국 금리인상과 함께 중국 경기둔화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게 됐다. 21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이 패널로 참석하는 ‘중국 경제 어디로 가는가’ 세션에 시선이 쏠리게 되는 이유다.

미래를 위한 4차 산업혁명이 눈앞에 닥친 글로벌 경제 위기에 가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거 다보스포럼은 미래 성장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위상을 드높였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현실을 외면한 상류층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도 있다. 다보스포럼이 오명을 벗고 글로벌 경제 위기 대안을 내놓을 지 사뭇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