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TV와 케이블TV사업자 간 해묵은 재송신료(CPS) 갈등이 다시 수면으로 올라왔다. 실시간 CPS 분쟁이 이제는 주문형 비디오(VoD)로 확대됐다. 지상파가 실시간 CPS 계약이 안 된 개별SO에 VoD를 공급할 수 없다는 주장을 케이블TV가 받아들이지 않자 협상은 결렬됐다.
양측 간 계약 조건이 맞지 않자 지상파는 케이블에 올해부터 VoD 공급을 중단했다. 케이블TV는 이에 맞서 지상파TV 광고방송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정부 중재로 방송 광고 중단예정 6시간 전 가까스로 협상 기간 연장을 타결했다. 사업자가 싸우는 사이 시청자만 VoD를 보지 못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지상파TV와 유료방송 갈등 왜 일어났나
1960년대 지상파 난시청 해소를 위해 중계유선방송이 도입됐다. 1991년 제정된 종합유선방송법은 난시청 해소와 케이블TV 공익성 확보를 위해 케이블사업자에 KBS와 EBS 동시재송신을 의무화했다.
2001년부터 위성방송이 유료방송업계에 뛰어들자 정부는 입장을 바꾼다. 2004년 방송위원회는 KBS2를 의무재송신 대상 채널에서 제외한다. 그 대신 케이블TV가 지역 지상파 방송 의무재송신을 하도록 규정했다. 보편적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반면에 위성방송은 지상파TV 등 사업자와 계약을 해야만 재송신 승인을 해준다고 명시했다. 이를 시작으로 재송신 대가는 방송사업자 간 협상에 의존하게 됐다.
재송신 갈등은 ‘보편적 서비스’라는 방송 이념이 미디어 경쟁과 부딪치면서 시작됐다. 처음 난시청 해소가 가장 큰 정책 목표였던 것과 달리 위성, IPTV 등 신규 매체가 등장하면서 경쟁 관계가 생겨났다. 정부가 난시청 해소와 매체 간 경쟁 활성화 등 다양한 정책을 만들면서 목표가 혼재되기 시작했다.
공공성을 가진 방송 속성과 방송을 만들고 재송신하는 기업 이윤 추구 속성이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정영주 서울대 ICT 사회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방송은 누구나 차별없이 봐야 하는 공공성이 있지만 방송을 만들고 송출하고 재송신하는 것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으로 달려간 지상파TV와 케이블TV
지상파TV, 케이블TV, 위성방송은 2007년부터 콘텐츠료 협상을 시작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2007년 유료방송 업계 최초로 지상파에 콘텐츠 대가를 주기로 계약했다.
반면에 지상파는 SO와 협상이 잘 되지 않자 소송을 시작한다. 2009년 9월 지상파 방송 3사가 CJ헬로비전에 재송신 중단 가처분 소송과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양측 갈등은 이때 시작됐다.
지상파는 저작권료를 달라고 주장하고, 케이블TV 측은 지상파 재송신이 난시청을 해소하고 저작권 침해를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SO 측은 SO와 지상파 방송사 간 재송신에 대해 암묵적 합의가 존재해 왔고 재송신으로 난시청을 해소해 이익을 본 지상파가 이제 와서 재송신을 문제삼는 것은 권리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재송신은 사업자 간 이해 다툼과 정부 조정 한계로 법적 소송으로 줄줄이 이어졌다. ‘지상파TV와 케이블TV 다툼 최대 수혜자는 로펌’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아직까지 양측은 지루한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지상파와 케이블TV 간 소송은 40여건이 넘는다.
정영주 선임연구원은 “표면적 소송 쟁점은 저작권을 둘러싼 다툼으로 보이지만 사실 미디어 시장 변화에 직면해 지상파 재송신 제도가 가진 보편적 서비스 타당성과 필요성을 검토하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케이블TV와 지상파 매출 줄자 갈등 더 심해져
지상파TV와 케이블TV 매출이 줄고 CPS 대가 협상 갈등은 VoD까지 번지는 등 해마다 더 커지고 있다. 경영이 악화된 만큼 한쪽은 더 받으려 하고, 다른 쪽은 적게 주려고 한다. 지상파 매출을 사별로 살펴보면 KBS 매출은 2014년 1조4989억원에서 2015년 1조4963억원으로 감소했다. MBC(서울 본사) 매출은 2014년 8155억원에서 지난해 8024억원으로 줄었다.
케이블TV 측도 사정이 좋지 않다. 경쟁사업자 IPTV가 가입자를 대폭 늘리면서 케이블TV 가입자와 매출액이 모두 줄었다. 2014년 케이블TV 가입자는 1461만명으로 2013년보다 13만명 줄었다. 2014년 케이블TV 매출액은 2조3462억원으로 전년보다 330억원 감소했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유료방송 사업자는 가입자가, 지상파도 매출이 줄기 때문에 지상파는 콘텐츠 사용료를 더 받으려고 하고, 케이블TV는 더 안 주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지상파TV 3사 4개년 매출액(단위:백만원 / 자료:방송협회)>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