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하이텍 실적 날았다… `매각 철회 여론` 급부상

지난 해 영업익 1300억…“생태계 위해 독자 생존 바람직”

최창식 동부하이텍 사장
최창식 동부하이텍 사장
동부하이텍 부천공장 전경(전자신문DB)
동부하이텍 부천공장 전경(전자신문DB)
동부하이텍 생산라인(전자신문DB)
동부하이텍 생산라인(전자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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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동부하이텍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1997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순이익도 냈다. 동부그룹 채권단은 동부하이텍 매각을 추진 중이다. 회사 실적이 좋아지자 매각 철회설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팹리스 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파운드리 전문업체를 금융자본에 넘기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5일 증권가에 따르면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매출 6600억원, 영업이익 1300억원대를 기록했다. 추정대로 실적이 나온다면 전년 대비 매출은 16%, 영업이익은 무려 180% 이상 급증한다.

첫 연간 순이익도 기대된다. 증권가는 지난해 동부하이텍이 1400억원대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채무 이자율 조정에 따른 일회성 기타이익을 제외하더라도 900억원에 가까운 순이익이 발생했다. 부채 비율은 2014년 700%가 넘었지만 지난해 300%대까지 떨어졌다. 부채 일부를 상환한데다 순이익 기록으로 자본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동부하이텍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5일 동부하이텍 부천공장 CMP공정. 김동욱기자gphoto@etnews.com
동부하이텍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5일 동부하이텍 부천공장 CMP공정. 김동욱기자gphoto@etnews.com

실적 호조는 동부하이텍 공장을 이용하는 팹리스 반도체 업체가 크게 늘어난 덕이다. 동부하이텍 주력 생산 품목은 디스플레이구동드라이버IC, 이미지센서, 터치칩, 전력반도체, 커넥티비티 칩 등이다. 디스플레이 구동칩은 최근 4K 울트라HD(UHD) 해상도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수요가 늘면서 생산량이 빠르게 증가했다. 중저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터치칩과 이미지센서 출하량도 늘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중고급형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삼성페이용 마그네틱보안전송(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 칩 양산도 맡았다. 이처럼 고객 영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덕에 지난해 동부하이텍 공장 가동률은 80~90%대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페이용 MST칩도 동부하이텍 공장에서 양산된다
삼성페이용 MST칩도 동부하이텍 공장에서 양산된다

수년간 강도 높은 구조조정 결과 이익률도 높아졌다. 2013년 3월 취임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출신 최창식 동부하이텍 사장은 구조적 혁신을 단행해 수율 향상, 운용비용 절감 등을 꾀했다. 최도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과거 동부하이텍이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가동률을 90%까지 끌어올려야 했으나 최근 이 수치는 생산 제품 종류 다변화, 감가상각비 감소로 70%까지 떨어진 상태”라며 “세계 200mm 공장 생산량 증가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기에 동부하이텍 실적 호조세는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동부하이텍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7000억원대, 1700억원대로 예상했다.

동부그룹과 동부하이텍 임직원은 ‘호실적’을 바라보는 심경이 복잡하다. 동부그룹과 KDB산업은행 약정에 따라 회사가 남의 손에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부하이텍만 보면 매각을 진행할 만큼 회사 사정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2013년 하반기 동부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자 채권단은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며 동부하이텍 매각을 요구했고 그룹도 이를 받아들였다.

KDB산업은행은 동부하이텍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IA컨소시엄이 인수자금 부담 등을 이유로 우선협상자 지위를 포기하면서 매각 작업을 보류했다. KDB산업은행 기업금융1실 관계자는 “주가가 많이 올라 동부하이텍을 매수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없다”며 “현재 매각 진행은 보류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차입금 규모 감소 등 자구계획 실행 상황을 보고 추후 재매각, 혹은 매각 철회 방침을 밝힐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동부하이텍 실적 날았다… `매각 철회 여론` 급부상


현재 동부하이텍 매각을 제외하면 동부그룹 구조조정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산업은행이 동부하이텍 매각을 성사시키더라도 그룹에는 남는 것이 없다. 동부가 보유 중인 동부하이텍 지분은 12.43%에 불과한데다 동부하이텍이 보유한 동부대우전자, 동부라이텍 지분을 그룹이 다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오히려 연간 1000억원 이상 이익을 낼 수 있는 알짜 계열사를 넘기게 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김용석 성균관대학교 정보통신대학 교수는 “국내 팹리스 생태계 활성화 차원에서 동부하이텍을 자본 시장에 매각하는 것보다 독자생존할 수 있도록 도움 주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우찬 세종대학교 교수는 “지금 동부하이텍 가동률을 보면 이미 투자 시점이 늦었다”며 “누가 주인이 될지 몰라 의사 결정을 내리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