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PBR 1배의 역설…기업은 잘하고 있는가

새해 글로벌 증시는 새파랗게 질려 있다. 개장 첫날 서킷브레이커에 이은 거래 중단 사태를 맞았던 중국 상하이 증시는 아직까지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다. 국제유가는 30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물보다 싼 기름’이 됐다.

증시에 ‘1월 효과’라는 말이 있다. 1월 주가상승률이 다른 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난다고 해서 붙여졌다. 세계 증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올해 들어 3주차까지 글로벌 증시를 보면 1월 효과는 없고 한숨소리만 들린다.

[프리즘]PBR 1배의 역설…기업은 잘하고 있는가

국내 증시도 예외는 아니다. 실적시즌을 맞았는데도 적막감이 흐른다. 삼성전자로 시작한 4분기 실적 발표는 3분기 환율효과 같은 깜짝쇼는 없었다. 몇몇 부진했던 기업이 턴어라운드 하지만 전체 상장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G20 대표 주가지수 가운데 코스피지수 하락률이 올 들어 두 번째로 낮았다. 지난 22일 기준 작년 말보다 4.17% 하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20.95% 빠졌고 중국이 17.59% 하락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다우지수와 S&P지수가 역대 세 번째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두 지수는 모두 1월 낙폭으로는 역대 최대를 나타냈다.

이들과 비교하면 우리 증시가 나아 보이지만 실상은 오를 때 못 올라서 내릴 때도 적게 내린 탓이 크다. 전문가는 박스권에 갇힌 코스피(박스피)가 5년째 이어지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 미만에 머무르는 현실을 지적한다. 심지어 PBR는 50개국 가운데 그리스와 우리만 1배가 안됐다.

PBR는 낮을수록 기업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다는 말이다. 그만큼 주가 상승여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국내 주가는 연일 바닥이다. 대외 여건을 탓하지만 지난해 시황이 좋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상장기업이 주가 부양을 위한 의지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현금은 곳간에 쌓아두고 투자는 등한시 한다든가 주주를 위한 배당에 인색하다면 저금리시대 증시에 몰린 자금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을 게 자명하다. 기업은 장사를 잘해 이윤을 남기는 것만큼 이윤을 나누고 투자하는 것에도 신경써야 한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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