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란 특정 행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국민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행정규제기본법 제2조)으로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라는 사회적·국가적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정부는 기업을 규제한다. 하지만 규제는 영구불변적인 것은 아니며 시장이나 기술 환경 변화에 따라 같이 변해야 한다.
시장과 기술 환경이 가장 급변하는 영역은 ICT·SW다. 이러한 ICT·SW 환경 변화에 맞춘 규제 개선에 여타 정부처럼 우리 정부도 총력을 쏟고 있다. 규제 개선은 별도 재정 투입 없이도 기업 부담을 줄여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에 모든 정부의 필수 과제라 할 수 있다.
한편 인터넷과 디지털로 대변되던 ICT·SW 시장은 정보혁명시대로 전환하면서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의 새로운 영역으로 진화하고 로봇과 인공지능을 앞세운 제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고 있다.
ICT·SW 기술의 다른 산업과 융·복합으로 무인자율자동차, 원격의료, 핀테크 등 신산업이나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영역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어느 나라든지 마찬가지이지만 새로운 트렌드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주도하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변화하는 ICT·SW 시장 환경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주무기로 시장을 공략하면서 고용을 창출한다.
하지만 획일적 규제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성장에 저해를 받고 있다. 실제 동일 규제로 지출되는 규제비용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 큰 부담인 것으로 조사됐다. 예컨대 2012년 한국행정연구원 조사 결과, 매출액 10% 이상 규제비용 부담기업이 20인 미만 기업은 20.0%인 반면, 20인 이상 기업은 10.8%로 기업규모에 따라 두 배 정도 규제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때문에 공정한 시장 경쟁 기회마저 상실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걷지도 못하는 유아에게 뛰라는 의무를 부여한다면 그 유아의 아이디어와 창의는 시장 햇빛을 받기도 전에 규제로 인해 사장될 것이다.
기업 규모나 지역, 보유 정보의 양 등을 감안해 규제를 감면하거나 유예하는 ‘규제차등제’가 절실하다. 예컨대 영국에서는 일정한 평가로 50인 이하 기업에 대해 3년간 규제 면제를 해 주는 법이 2014년 3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기존 10인 이하 기업에 적용하던 법을 확장한 것이다.
정부는 ‘규제프리존’ 정책을 발표하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소규모 LBS 사업자를 대상으로 기존 위치기반서비스 신고를 간소화한 간이신고제도를 신설할 계획이다. 이러한 규제차등제 취지가 전체 ICT·SW에 전면적으로 확장돼야 한다.
규제는 국민 자율과 창의를 촉진해 국가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행정규제기본법 제1조, 제5조 제1항). 획일적이고 부적절한 규제로 황금알 부화를 억제하지 않아야 한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oalmephaga@minwh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