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 돌이 정 맞는다. 하지만 세상은 늘 모난 돌에 의해 진보해 왔다. 그렇다면 모난 돌이 정 안 맞고 세상을 발전시킬 방법은 없을까. 이 책은 그 해답을 제시한다.
미 와튼스쿨의 최연소 종신교수이자, 4년 연속 최우수 강의평가상을 받은 저자 애덤 그랜트는 모난 돌을 ‘오리지널스’(Originals)라 정의했다. 참신한 독창성과 창의력으로 다른 이와 차별화되는 사람들이란 얘기다.
그럼 우린 오리지널스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사용 브라우저만 봐도 가늠할 수 있다. 컴퓨터에 기본 내장돼 있는 익스플로러나 사파리가 아닌, ‘크롬’이나 ‘파이어폭스’를 굳이 찾아 쓴다면, 그 사람은 오리지널스일 확률이 높다. 저자는 이를 여러 실험을 통해 증명해낸다.(25페이지)
그런데 오리지널스는 우리가 예단하듯, 그리 모난 행동을 하지 않는다. 물론 ‘성공한’ 비순응자들 얘기다. 코페르니쿠스는 따돌림과 조롱이 두려워 무려 22년간이나 지동설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워즈니악은 투자자의 만류에도 다니던 휴렛팩커드를 그만두지 않았다. 후에 그는 “그저 (창업이) 두려웠다”고 말했다. 필 나이트는 나이키 창업 후 6년간이나 본업인 회계사 일을 계속했다. 저자는 이 같은 ‘범부 마인드’가 오히려 오리지널스의 성공을 돕는 요소라고 강조하고 있다.
‘눈 먼 열정’이 경계 1호임을 저자는 ‘세그웨이’ 사례를 통해 밝히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PC 발명 이래 가장 놀라운 기술 제품으로 세그웨이를 꼽고, 발명가에게 6300만달러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전설적인 투자자 존 도어는 세그웨이에 8억달러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모두의 기대와 달리 세그웨이는 인기제품으로 등극하기는커녕 지난해 자신이 짝퉁업체라 비난했던 중국 나인봇에 팔리는 신세가 됐다.
이른바 ‘긍정 오류’의 전형인 세그웨이 사건은 아무리 오리지널스라 해도 경험이 부족하거나 오만하고 흥분하면 실패하게 된다는 것을 웅변한다. 선택지를 넓히고 시간을 끌면서 적절한 시기를 탐색하는 ‘게으름’이 오리지널스에겐 필요하다고 저자는 충고한다.
저자는 ‘부정 오류’ 사례도 본인 경험을 근거로 밝히고 있다. 지금은 세계적 온라인 안경 판매 전자상거래 업체가 된 와비파커 창업자가 자신의 스승인 애덤 그랜트를 찾아와 사업 구상을 설명했을 때 단칼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으로 안경을 산다는 게 상상이 안됐다. 하지만 안경을 껴본 적 없는 애덤 그랜트와 달리 창업자 4명 모두 ‘안경잡이’인 와비파커는 안경 소비자 입장에서 훨씬 더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지나치게 친절한 나머지 글이 길고 늘어진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출판사는 책 뒤(402페이지)에 ‘효과적인 행동 지침’이라는 엑기스를 마련해뒀다. 바쁜 사람은 이것만 추려 읽어도 좋다.
애덤 그랜트 지음. 홍지수 옮김. 한경BP 펴냄. 1만6000원.
류경동 IP노믹스 데스크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