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통합망 놓고 철도기술기술연구원, 철도시설공단 `힘겨루기`

열차 무선통신을 위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철도통합망(LTE-R)’이 중복 개발 논란에 휩싸였다.

철도기술연구원이 도시철도(지하철)용으로 개발한 1단계 LTE-R을 철도시설공단이 일반·고속 철도용으로 다시 개발하면서 비용과 예산 낭비 논란이 불거졌다. 철도시설공단은 1단계 결과물에 기반을 두고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중복 개발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LTE-R 테스트 모습.
LTE-R 테스트 모습.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산하 철도관련 기관 관계자가 충북 모처에서 ‘원시~소사 복선전철 민간 투자 시설사업’에 쓰일 LTE-R 기술 논의를 진행했다. 철도시설공단이 개발하는 2단계(일반·고속철도) LTE-R 기술을 도입하는 게 적합한지 논의했다. 철도기술연구원이 개발한 1단계 LTE-R와 부산교통공사가 1호선에 구축 중인 LTE-R, 철도시설공단 LTE-R 표준 등을 비교했다.

철도시설공단은 2014년부터 LTE-R 2단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철도기술연구원이 개발한 1단계 LTE-R은 도시철도용으로 시속 150㎞ 수준에 맞춰져 있고 사용한 주파수 역시 시험용으로 수정할 게 많다는 판단에서다. 일반·고속철도는 도시철도와 통신 요구사항이 달라 다시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TE 기반 철도통합무선망(LTE-R)이 부산지하철 1호선에 처음 구축된다. 부산지하철 1호선.
LTE 기반 철도통합무선망(LTE-R)이 부산지하철 1호선에 처음 구축된다. 부산지하철 1호선.

윤학선 철도시설공단 단장은 “LTE-R 1단계에서는 단순한 기능이나 시스템 요구 사항만 있었기 때문에 단말이나 장치별로 추가 개발해야 할 게 많다”며 “300㎞대 고속철도 상황을 고려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단계 기술에 기반을 두고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복 개발이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철도시설공단은 호남고속철도 일부 구간에 2단계 LTE-R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있다. 설 이전에 완료하고 이후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시험 구간에서는 시속 300㎞ 이상 속도에서 LTE-R를 테스트한다.

LTE-R가 설치된 열차 시험운전 모습.
LTE-R가 설치된 열차 시험운전 모습.

철도기술연구원 주장은 이와 다르다. 1단계 LTE-R는 시속 500㎞를 표준으로 삼아 개발된 기술로 테스트가 150㎞까지 완료된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철도시설공단이 1단계에 기반을 두고 개발한다고 주장하지만 코어 장비를 비롯해 1단계 기술을 이전·활용한 게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철도기술연구원 관계자는 “1단계 LTE-R를 모듈만 바꿔주면 2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데 철도시설공단은 비용을 들여 기술을 다시 개발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2단계 LTE-R가 TTA 정식표준이 아닌 잠정표준으로 정해진 것은 이 기술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두 기관이 첨예한 대립을 펼치고 있어 LTE-R 2단계 상용화에는 당분간 잡음이 이어질 전망이다. 철도시설공단은 2단계 LTE-R를 2017년 말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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