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VR산업, 뒤지면 안 된다

애플이 차세대 스마트폰 ‘아이폰7’에 듀얼 카메라를 탑재한다. 듀얼 카메라는 3차원 촬영이 가능하다. 그간 고화소 경쟁으로 치닫던 스마트폰 카메라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화소보다 기능을 놓고 대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듀얼 카메라 도입은 여러 가지 해석을 낳는다. 우선 아이폰6S에서 불거진 혁신 부재 논란을 잠재우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기존 아이폰에 도입된 고화소 카메라나 메탈 케이스는 경쟁사 제품에도 장착되는 추세다. 새로운 한방이 절실한 애플이 ‘듀얼 카메라’를 혁신 재료로 삼을 수 있다.

급부상하는 가상현실(VR) 시장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D 영상 생태계를 선점한 뒤 VR시장 주도권을 잡는 시나리오다. 애플이 최근 VR관련 기업을 잇따라 인수하거나 핵심 인재를 영입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팀 쿡 애플 CEO도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에서 “VR가 아주 쿨(Cool)한 시장이며 흥미로운 애플리케이션도 있다”며 공개적으로 밝혔다.

애플의 새 시도는 예사롭지 않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 새로운 시장을 선도해 온 퍼스트무버가 떠오른 VR산업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애플이 또 어떤 혁신으로 VR시장 왕좌에 오를지 모른다. 우리기업이나 정책 당국이 긴장해야 한다.

우리나라 VR산업은 거의 걸음마 수준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이 오래전부터 국가차원에서 연구개발(R&D)에 투자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기술은 이들 국가에 뒤처지고, 하드웨어 가격 경쟁력은 중국에 밀린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 구글 등 글로벌기업이 VR시장을 장악해나가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단기간에 VR생태계를 만들 그랜드 프로젝트에 나서야 한다. VR시장이 급팽창하는 속도만큼 우리의 대응 속도도 빨라져야 한다. 한 시가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