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경영한수’가 100회를 맞이했다. 처음 시작한 것이 2014년 7월이니까 벌써 1년 반이 되었다. 처음 3개월 동안은 주 2회씩 쓰고 그 뒤부터는 주 1회씩 쓰고 있다. 덕분에 55회까지 연재된 것을 가지고 ‘경영을 살리는 IT, IT를 살리는 경영’이라는 책도 출간했다. 전체적 내용이 쉬워서 부담 없이 읽었다고들 한다. 이 독자 평은 당연히 칼럼에도 해당될 것이다. 경영과 IT관련 글이 평이하다는 것이 칭찬 같기도 하고 한편 너무 깊이가 없다는 걸로도 들린다. 필자 입장에서는 솔직히 더 어렵게 쓰려고 해도 실력이 없어서 그렇게 쓰지는 못한다. 필자가 지금 칼럼을 쓰는 것은 기업경영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하루하루 고민하고, 대책을 수립하고, 실행하고, 경험했기 때문이지 학문적으로 연구를 많이 했기 때문은 아니다. 요즈음 표현으로 하면 집밥 전문이지 불란서 유학 다녀온 전문 요리사는 아니다.
칼럼을 쓰면서 습관의 중요성을 재삼 절감한다. 칼럼을 쓴다는 것은 글 쓰기를 습관화하는 것이다.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고 정기적으로 기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습관화되지 않으면 제때 원고를 써내기가 쉽지 않다. 갑자기 글을 써야만 하거나 오래간만에 쓰게 되면 뭔가 어색하고 불편하다. 그러나 습관이 되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글을 쓰게 되면 시작하는 순간 바로 몰입하게 된다. 글을 계속 쓰려고 하면 글 쓰는 재주나 능력도 중요하지만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남들에게는 힘들어 보이는 일도 그 일이 습관이 된 사람에게는 힘들지 않다. 100회를 쓰면서 가장 많이 질문 받는 것이 매주 쓰는 게 힘들지 않느냐는 것이다. 한마디로 전혀 힘들지 않다.
칼럼을 쓴다는 것은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다. 자기의 생각을 막상 글로 쓰려고 하면 처음에는 무척 막막하다. 할 말은 많은 것 같은데 막상 글로 쓰려면 별로 쓸게 없다. 우리는 짧은 순간에도 오만가지나 생각한다. 그러나 글로 써보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생각으로 정리된다. 뭔가를 써 본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가지고 있는 꿈, 고민하고 있는 문제, 앞으로의 진로, 결정해야 할 일들, 하고 싶은 것을 글로 써 보면 차츰 생각이 정리된다. 올바른 문제 제기는 그 질문에 절반의 해답이 있다고 했다. 칼럼은 필자에게도 독자에게도 한 주제를 놓고 여러 각도에서 조명해 보고 문제를 정리해보는 그런 역할을 한다.
칼럼을 쓴다는 것은 체험의 기록이다. 어느 교수는 “글이란 체험과 사색의 기록”이라고 이야기했다. ‘이강태의 IT경영한수’라는 필자의 이름을 걸고 쓰다 보니 한 회 한 회가 조심스럽다. 그러나 필자가 실제로 체험한 일이고 현장에서 고민했던 문제이기 때문에 감히 글로 써서 발표할 용기가 생기는 것이다. 요즈음 잘 나가는 SNS쇼핑회사 경영고문을 한 적이 있다. 고문을 하면서 조언을 해 준 것보다도 오히려 새로운 디지털 경영에 대해 많이 배웠다. 회사 경영진과 대화하면서 벤처 경영, 벤처 조직과 인사, M&A, 투자유치, 자금 조달에 대해 배웠다. 그래서 지금 감히 대기업과 벤처,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과 통신, 금융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지금은 건설관련 대기업의 O2O사업 진출을 도와주고 있다. 여기서도 건설업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 칼럼 내용이 실무적인 이유도 여기저기서 실무적으로 배우고 체험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자문하면서, 또 칼럼을 쓰면서, 학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기업에서 특강을 하면서 느끼는 것 중에 하나는 우리들이 디지털 경영을 많이 아는 것 같아도 개념적으로만 알고 실제로 해 본 사람은 적다는 것이다. IT에 대해 많이 듣고 잘 알고 있지만 실제로 IT를 구현하는 프로젝트를 해 본 임원이나 본격적으로 IT에 투자해서 활용해 본 사장은 많지 않다. 다들 태스크포스 만들어서 검토하다가 끝나는 수준이다. 이렇게 새로운 정보기술을 마지못해 간 보는 수준으로 검토만 하고 있으면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기업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 될 것이 분명하다. 칼럼을 통해 정신 차리라고 소리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많은 기업이 혁신을 외치지만 실제로 혁신 프로젝트를 만들고 이끌어 본 경영자도 드물다. 누군가를 따라가 본 사람은 많지만 스스로가 이끌어 본 경영자는 적다. 회장님들과 몇몇 측근 임원은 온갖 유명한 해외 전시회 다녀오고, 해외 전문가 만나고 와서 우리 기업들 큰일 났다고 말하지만 위기감이 아래로 전달되지 않는다. 임직원은 그저 KPI만 챙기고 자신의 안위만 걱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칼럼을 더더욱 열심히 쓰고 있다. 앞으로 움직이라고 소리치지 않을 수 없다.
칼럼은 필자에게 글 쓰는 습관이며,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이며, 체험의 기록이며, 현상에 안주하려는 임직원에 대한 외침이다. 이 작은 칼럼이 앞으로도 우리 기업, 경영자, 임직원에게 미래를 먼저 보고, 열정적으로 일하고, 생산성을 올리고, 스스로를 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 백일잔치 하듯이 오늘 저녁에는 가까운 친구들과 칼럼 100회 기념회식이나 해야겠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