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감사원으로부터 메르스 사태 관련 감사 결과 발표가 있었다. 메르스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관계자에 대한 중징계로 조사결과를 마무리 했다. 그러나 위기경영은 위기의 종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사실 메르스 사태는 종결보다 현재진행형으로 봐야 한다. 초특급 위기상황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메르스 사태 이후 배움도, 개혁도 없이 망각 끝으로 사라지는 것을 더 걱정한다. 불현 듯 닥칠지 모르는 질병과 재난 상황에 대한 대응체계가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위기경영이란 경험한 모든 실패와 시행착오를 자산화하고 그 때마다 혁신해 점점 더 수준 높은 대응체계를 갖추는 것을 말한다. 요즘과 같은 극단적 불확실성 시대에서는 위기를 회피만 할 수 없다. 오히려 실패를 자산화하고 이로부터 배우려는 적극적 방식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위기경영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위기 종점에서부터 스스로 변화하려는 용기와 혁신 노력이 필수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위기와 기회는 비슷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에 따라 기회포착 방식과 위기대처 방식이 유사하다. 극단적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미래 환경에서는 기회포착 못지않게 위기대응 전략이 중요하다.
기회가 어느 순간 불현 듯 떠오르듯이 위기도 갑자기 창발한다. 창발(emergence)이란 기존 구성요소에서는 없는 특성과 사건이 전체 구조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어느 순간 불현 듯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제껏 우리는 창발적 위기를 예외적이고 관리 밖 우연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사건이 불현 듯 등장해 세상을 뒤바꾸어 놓는 고변동성 사회를 살아간다. 위기경영이 필요한 이유다.
고변동성 체계 아래서는 목표와 계획을 초월해 환경이 급변하기 때문에 메르스 사태에서도 들어났듯이 촘촘한 관료 조직은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 십상이다. 특유 속도경영은 잘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 생각과 계획을 뛰어넘는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관리방식을 평소에 미리 준비해 작동시켜 놓아야 한다. 특히 위기의 창발성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때와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극단적 불확실성에 맞서기 위해 무엇보다 ‘뜻과 의지’로부터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면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선진 의료보건과 안전에 관한 꿈과 의지, 그리고 사회적 공감대가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적 기반이 있어야 비효율적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반복적 노력과 투자를 할 수 있다. 급기야 위기가 창발했을 때, 즉시 알아볼 수 있는 안목과 반보 앞선 준비 태세는 바로 반복적 노력과 꿈을 이루고자하는 간절함에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위기라고 판단되었을 때는 전광석화와 같이 결정하고 처리함으로써 골든타임을 극복해야 한다. 이러한 위기대응 방식은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기존 관료적 대응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둘째, 위기의 노출성을 활용해야 한다. 태풍으로 뿌리가 돌출되고 가뭄으로 강바닥이 들어나듯이 위기와 환난은 기존 시스템이 갖는 문제와 한계를 적나라하게 노출시킨다. 감사와 책임추궁으로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행위가 무서운 이유는 위기 순간에서 벗어나자마자 다시 기존 위선적 권위와 불량 시스템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셋째,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법과 제도, 그리고 행동지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대응 주체는 궁극적으로 사람이다. 국가적 위기대응도 한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동기부여로부터 출발한다. 모든 행정조직이 불철주야 동원되었던 메르스 사태에서도 불과 한두 사람 판단과 행동으로도 그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따라서 국민 마음을 움직이고 국익을 위해 누구와도 협력할 수 있으며 실패를 자산화하려는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위기와 기회는 일란성 쌍둥이라는 말이 있듯이 위기 대처와 기회 획득 관리법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비록 큰 위기가 닥치더라도 이를 자산화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면 위기 이후에 등장하는 기회는 우리 것이다.
지금까지 한반도는 위기극복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는 스스로를 비운의 주인공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한민족 특유 강점도 은근과 끈기에서 비롯된 위기돌파력에 있다. 최근 50여년 역사를 보아도 수차례 오일쇼크, IMF 경제위기,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르기까지 위기는 곧 기회였다.
이장우(경북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