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무제한 요금제’ 피해자에게 현금으로 보상해 주기로 했다. 무제한이라는 말만 믿고 무제한이 적용되지 않은 특수번호에 전화를 걸었다가 ‘요금폭탄’을 맞은 사람은 구제받을 길이 열렸다. 3사는 데이터 속도를 제한한 가입자에게는 데이터를 추가 제공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3사 의견을 받아들이면 동의 의결 절차가 마무리된다. 하지만 보상 대상을 놓고 양측 의견이 엇갈려 합의까지는 막판 진통이 예상된다.
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3사는 무제한 요금제 소비자피해 구제방안으로 ‘금전적 보상’과 ‘데이터 추가 제공’ 두 가지를 제출했다. 이통3사는 지난해 12월 21일부터 공정위 동의 의결 절차를 밟고 있다.
음성통화에서 추가 요금이 나온 사람에게는 현금으로 보상을 해준다. 무제한 요금제는 일반적인 통화상황에서는 통화가 무제한 제공된다. 특히 휴대폰끼리 전화를 하면 통화료가 무료다. 하지만 유선으로 거는 전화는 통화시간이 제한된다. 통화시간이 초과하면 쓴 만큼 돈을 내야 한다. 특히 특수번호(16xx·050 등)는 기본 제공량이 적어 초과로 돈을 낼 가능성이 높았다. 택배기사 등 이 번호로 전화를 거는 가입자 피해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도 보상해준다. 무제한 요금제에서는 보통 10기가바이트(GB)까지 데이터를 기본 제공하고 이것을 다 소진하면 매일 2GB를 추가로 제공한다. 이마저 다 사용하면 속도제한을 걸고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통3사는 어쨌든 무제한이라는 입장이었지만 소비자는 ‘고객을 기만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통사는 속도가 제한된 사람에게 해당 용량만큼 데이터를 추가 제공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세부 내용에 차이가 있지만 이통3사 모두 초과 과금 보상, LTE 데이터 추가 제공 등 방안을 제시했다”며 “향후 동의 의결안은 3사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6월 이통사 무제한 요금제 관련 표현이나 광고가 과장됐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참여연대는 이통3사가 실제로 무제한이 아닌데도 ‘무제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소비자 피해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5월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등장한 이후 이 같은 표현이 집중 사용됐다. 공정위는 참여연대 의견을 받아들여 실태조사를 시작했고, 이통3사는 동의 의결을 신청했다. 동의 의결이란 사업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구제방안을 마련하면 당국이 이를 검토해 승인하는 것을 말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말 동의 의결 신청을 받아들였다.
공정위는 이통3사와 협의를 거쳐 다음 달 잠정동의 의결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잠정 동의 의결안이 나오면 공정위는 1~2개월 동안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검찰총장과 서면 합의 절차를 거친다. 이후 최종 동의 의결안을 공정위에 상정해 심의·의결을 거쳐 통해 확정한다.
문제는 피해보상 범위다. 이통3사는 과장광고가 나간 기간 동안 가입한 사람만 구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정위는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해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에게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본다. 광고를 보고 뒤늦게 가입한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양측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합의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동의 의결에 따른 보상절차가 마무리되면 통신요금제 표시 관행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업계에서는 관행적으로 ‘무제한’ 등 표현을 사용했지만 앞으로는 더욱 세밀한 표기방식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와 시민단체 등이 이동통신 요금제 표기에 부가가치세를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등 통신요금 표기가 엄격해질 가능성이 높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