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디지털 헬스케어 한류를 위해서는...

김성현 직토 최고기술경영자(CTO)
김성현 직토 최고기술경영자(CTO)

바야흐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다. ‘원격 진료’라는 다소 미래지향적 이야기에서 시작된 디지털 헬스케어가 이젠 일반 소비자에게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2009년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시작된 피트니스 트래커 시장은 연간 5000만대 이상 판매고를 올린다. 시가총액 10조원에 달하는 회사까지 만들어 내는 등 그야말로 ‘제2 스마트폰’이라고 여겨도 무방하다. 하드웨어 보급에 힘입어 선진국에서는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기존 헬스케어 영역 사업 판도를 바꾸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한다. 생명보험사와 연계해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측정한 운동량 또는 생활 패턴 정보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거나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시대 흐름을 확인하고 보험사와 병원 등을 주축으로 웨어러블 디바이스 안착 시도가 있지만 아직은 캐즘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웨어러블 기업 또한 뚜렷한 성과를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해결책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가격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익숙한 스마트 밴드는 샤오미 밴드다. ‘3만원’이라는 그야말로 파괴적 가격으로 손목시장을 차지했다.

이는 저가형 시장 대표주자로 인식되는 중국보다도 높은 한국 소비자 가격 민감성에 기인한 결과다. 향후 다가올 스마트워치 저가화에 대응해야 하는 국내 업체에겐 큰 숙제가 됐다.

두 번째 숙제는 ‘기능 효용성’이다.

통계에 따르면 웨어러블 디바이스 구매자는 6개월 이상 지속 착용하는 비율은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걸음수 측정이라는 천편일률적인 기능만으로 더 이상 소비자를 유혹할 수 없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기업 또한 다양한 기능을 지속적으로 추가해 소비자 마음을 얻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걸음걸이를 교정하는 밴드, 피부 상태를 측정하는 액세서리, 스마트 기능을 탑재한 벨트 등 차세대 웨어러블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마지막 숙제는 의료 헬스케어 규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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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디바이스와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모바일 서비스 구분이 의료기기 또는 전자기기로의 흑백론적 구분만이 존재한 게 채 일 년이 되지 않았다.

웰니스 관련 법규가 신설되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가치 창출이 발생하는 헬스케어 및 의료 시장으로 진입 방법은 아직도 요원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과 임상 연구를 통한 효과 및 무해성 검증만이 해결책이지만 보수적인 의료계 입장 또한 혁신적인 제품 등장을 가로 막는다.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실증 사업을 통한 효과 및 안전성 검증이 최우선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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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5년간 웨어러블 디바이스 연구 개발에 투자할 국가예산이 1200억원이 넘는다. 물론 소비자 및 플랫폼 영역 지원도 중요하지만 가격이나 내수 경쟁력 부문에서는 이미 중국 공장이나 미국 소비자를 뛰어넘기 힘들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대부분이 건강관리와 의료 목적을 지닌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데이터와 안전성 검증 단계가 확보되지 않으면 결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 힘들다.

다행스럽게도 아직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업계에 ‘골드 스탠더드’라고 부를 만한 제품은 없다. 대단위, 장기간 임상 시험으로 데이터 축적과 검증이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정부 지원전제하에 국내 업체 주도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선제적 표준화를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

업계에서 개선할 부분도 많다. 자신만의 기술, 디자인을 부르짖기보다 기획, 개발 단계부터 의료인과 밀접한 연계로 기술 검증은 물론, 기존 진단 방식과 비교분석으로 의료 시장에서 통용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 지원과 이러한 노력이 배합되면 웰니스 시장을 넘어 고부가가치 시장인 헬스케어, 나아가 메디컬 시장으로 진출도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

문화로서 한류만이 아닌, 의료 시장에서 한류 또한 이뤄내는 결실이 될 것이다.

김성현 직토 최고기술경영자(CTO) shawn@zik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