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이 성장 정체기에 진입했다. 3대 통신사업자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동시에 감소했다. 성장 정체는 투자 감소로 이어져 통신장비뿐만 아니라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전반에 적신호가 켜졌다. 시장 성장과 투자 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

2일 SK텔레콤은 지난해 연간 매출 17조1367억원, 영업이익 1조7080억원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0.2%, 영업이익은 6.4% 줄었다. 월 가입자당평균수익(ARPU)은 전분기 대비 0.1% 감소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KT와 LG유플러스 역시 지난해 매출이 감소했다. KT는 매출 22조2812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0.1%, LG유플러스는 10조7952억원을 올려 1.9% 감소했다. 매출은 해당 기업 성장세를 보여주는 지표다. 영업이익은 마케팅 등 제반비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 3사 매출이 동반 감소한 것은 1998년 LG유플러스(당시 LG텔레콤)가 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처음이다. 이후 통신사는 10년 이상 연평균 5% 이상 성장세를 이어왔다. 2000년도에 들어서는 매년 가입자가 100만명 넘게 증가했다. 2010년 이후엔 가입자 증가세는 수그러들었지만 스마트폰이 도입되면서 ARPU를 높였다.

지난해부터 성장 절벽에 부딪쳤다. 매출은 감소했고 ARPU는 분기별 1% 이상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LG유플러스도 오히려 ARPU가 감소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통신시장 포화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는 전체 인구(약 5200만명)를 훌쩍 뛰어넘었다. 더 이상 신규 가입자를 모집하기 어렵기 때문에 경쟁사 가입자를 빼앗는 것 외에는 수익 증대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마케팅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하지만 마케팅 비용은 기업 경영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가입비 폐지, 20% 요금할인, 데이터 중심 요금제 도입으로 통신사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통신사는 20% 요금할인이 매출 감소 요인이라고 강조한다. 20% 요금할인은 휴대폰 지원금 대신 월 휴대폰 요금에서 20%를 할인해주는 단통법의 한 조항이다. 지원금은 제조사 장려금과 통신사 지원금으로 구성되지만 20% 요금할인은 순전히 통신사가 부담을 떠안는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20% 요금할인 금액이 지원금과 비슷하다면 그나마 나을 텐데 지원금과 차이가 큰 경우가 많다”며 “올해 통신사가 20% 요금할인으로 지출해야 할 금액은 수천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20% 요금할인은 2년 동안 매달 할인되는 구조로 시간이 갈수록 통신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통신사가 내놓은 올해 전망도 썩 밝지는 않다. SK텔레콤은 올해 매출 성장 목표를 2.7%로 보수적으로 잡았다. KT는 올해 매출보다 2812억원 적은 22조원을 제시했다. 그만큼 시장이 녹록지 않다. LG유플러스는 아예 전망치를 내놓지 않았다.
통신사가 성장 정체에 부딪치면서 국내 ICT 산업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통신사는 지난해 초 6조4000억원을 설비투자(CAPEX) 금액으로 예고했지만 실제 투자 금액은 5조6893억원에 그쳤다. 7000억원 이상을 투자하지 않은 것이다.

올해는 약 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투자할 금액은 5조345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예측치 대비 실제 투자 비율을 대입해 계산한 추정치다. 지난해보다 3000억원 이상 투자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통신사 투자는 통신장비뿐만 아니라 ICT 산업 성장에 중요한 밑거름이다. 지나친 규제보다는 통신 시장 활성화와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통신사에는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해 ARPU와 매출 증대를 위한 신성장동력 발굴이 핵심 과제로 자리 잡았다.
통신 3사 매출 변화(단위:억원)
자료:3사 종합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