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인류는 다금속 활용 시대에 살고 있다.
자동차 1대를 생산하기 위해서 러시아 철, 남아프리카공화국 백금, 인도네시아 니켈, 캐나다 아연, 중국 바나듐, 칠레 구리, 카자흐스탄 크롬 등 여러 나라 원료 광물자원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는 이들 금속광물자원 99%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희토류자원을 포함한 국가전략광물자원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99.3% 이상을 해외자원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해외 광물자원 확보 전쟁 중이다. 산업 핵심인 해외광물자원 탐사 개발, 우리나라도 멈출 수 없다.
우리나라는 1977년 샌안토니오 우라늄광산 투자를 시작으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해외자원 개발이 본격 확대된 것은 불과 최근 몇 년 전부터다. 이미 세계 유망 광산은 선진국과 대형 기업이 선점하고 있었다. 뒤늦게 해외 자원개발에 나선 한국이 인수 가능 대상 광산은 안타깝게도 대부분 저품위 광석이거나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는 광산뿐 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인도네시아 파시루 탄광, 대우 미얀마 광구, 베트남 해상광구, 리비아 엘리펀트 유전 개발과 같은 해외자원 개발 성공 사례도 다수 창출했다.
우리는 다수의 광구에 소수 지분 참여로 단순투자자 역할을 하는 사업이 많다. 때문에 직접적인 기업경영 및 운영기회가 지극히 제한적으로 자원 서비스산업 인프라가 취약해 실패를 거듭했다. 또한 한국 자원개발 공기업에 주어진 시간 역시 너무 짧았다. 최소한 자원 산업 시장 가격이 한 번의 사이클은 돌아야 성공과 실패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었을 텐데. 해외자원 초보자였던 한국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첫 기회가 1990년대 말에 있었다. 그러나 그때 갑자기 닥친 외환위기로 보유했던 알짜 해외광구마저 모두 매각하며 호기를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그때 매각한 캐나다 시가레이크 우라늄 광산이나 카자흐스탄 카작무스 동광은 이후 가치가 30배 이상 급등했다. 두 번 다시 떠올리기 싫은 가슴 아픈 경험이었다.
해외자원개발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가 단-중-장기 자원 정책을 바탕으로 전문가와 전문연구기관의 중·장기적 관리가 요구된다. 그리고 현장 중심 자원탐사 개발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지구상에 고품위 광물자원 고갈, 자원광물 채굴 심부화로 자원개발 여건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 극한지 자원개발은 기술적 뒷받침이 우선이다. 즉 자원 탐사 개발 시 전문 연구기관 R&D를 선행하여 핵심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가 운영권을 가진 사업의 테스트 베드를 기반으로 현장중심 대규모 실증 연구 개발 사업을 수행 신기술 확보와 함께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자원서비스산업 육성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해외 광물자원개발 사업을 직접 운영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는 국내 유일 광물자원탐사개발 전문 국가공공기관이다. 뼈아픈 과거 반성과 축적된 노하우로 새로운 공기업 혁신 성공스토리를 만들어 내야한다. 미래 국가자원안보를 책임져야 한다.
국제 자원시장 불황으로 세계 광업메이저 그룹마저 자금 확보를 위해 유망 광산을 조금씩 매물로 내놓고 있다. 세수가 줄어든 자원보유국도 투자유치를 위해 잠겼던 빗장을 열고 있다. 초저유가와 저점에 가까운 국제 금속광물자원 가격 시장의 지금 위기가 해외자원 확보를 만회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찬스다. 활력을 잃어버린 국내 자원산업 공기업에 이제는 정부와 온 국민이 초능력의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난세(亂世)에 영웅 나고 불황에 거상(巨商) 난다는 중국 옛말을 새겨보자.
김규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kyuhan@kigam.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