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나칩반도체가 공중분해 위기에 놓이면서 해외 투기 자본의 기술기업 사냥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단기 수익에만 급급하는 투기 자본에 알짜기업이 빈껍데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자금난을 겪던 하이닉스가 2004년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분리해 만든 법인이다. 반도체 빅딜로 하이닉스로 흡수된 LG반도체 시스템반도체 사업부가 전신이다. 법인 설립 당시 최대주주는 미국 시티벤처캐피털(CVC)이었다. 과도한 금융비용, 단기 성과 위주 회사 운영으로 2009년 미국 현지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에 앞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사업을 외부 업체에 매각했고 이미지센서 사업은 접었다. 미국 애비뉴캐피털은 매그나칩이 파산보호를 신청할 당시 채권을 인수, 출자전환 과정을 거쳐 최대 주주(현 11.83%)로 올라섰다. 이후 2011년 3월 뉴욕 증권 거래소에 직상장해 화제를 낳았다.
단기 성과 위주 경영은 계속됐다. 제품 경쟁력 확보보다 재무, 회계, 법무 분야에 초점이 맞춰졌다. 투자는 일체 없었고 파운드리와 제품 고객사는 계속 떨어져나갔다.
매그나칩 주가는 지난 2일 종가 기준 4.09달러, 시가총액은 1억6300만달러(약 1900억원)다. 2013년 9월 이 회사 주가는 22달러를 웃돌았으나 계속된 적자로 가치가 계속 떨어졌다.
2004년 CVC가 하이닉스로부터 매그나칩반도체를 매입할 당시 거래가는 9500억원 수준이었다. 13년 만에 회사 가치가 4분의 1 토막 난 것이다.
회사 가치가 곤두박질 친 주된 요인은 실적 부진 때문이다. 2013년 3분기부터 분기 적자가 이어졌다. 2013년 연간 6400만달러, 2014년 1억1700만달러 순적자를 냈다. 작년 상황도 비슷했다. 작년 3분기까지 누적 순적자는 1억700만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초 분식회계 논란으로 홍역을 앓은 것도 주가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매그나칩 총 자산가치는 4억3000만달러지만 부채만 5억달러가 넘는 자본 잠식 상태다.
국내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 시가총액은 1900억원 수준이지만 자본 잠식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제값을 받고 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그나칩반도체 분할 매각 사태는 국내 기술 기업을 해외 자본에 매각했을 때의 부정적 단면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전직 매그나칩 고위 임원은 “국내 몇 안되는 시스템반도체 전문업체로 기술력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고 단기 실적에 급급했던 것이 이 같은 상황을 초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매그나칩은 작년 하반기 사업 구조를 뜯어고치면서 상당수 인력을 내보냈다. 남은 인력에도 경영 상황이 좋아지면 주겠다며 사실상 임금 20~30%를 삭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