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TV 역사속으로 사라진다…삼성·LG 사업 대폭 축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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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부터 3D 기능 탑재 TV 비율을 대폭 축소한다. 삼성전자는 신제품 TV에 3D 기능을 탑재하지 않고, LG전자는 3D 탑재 비율을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 초고화질(UHD)이 TV 핵심 차별화 요소로 부상하고, 가상현실(VR) 등 대체기술이 등장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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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D TV용 안경 부품을 납품하는 공급사에 올해 신규 물량 주문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 협력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3D 안경용 부품을 공급했는데, 올해는 신규 주문이 없었다”면서 “이제 TV에 3D 기술을 적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셔터글라스(SG)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3D 전용 안경을 필수로 갖춰야 한다. 올해 부품 주문을 하지 않은 것은 TV에 3D 기능을 탑재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물론 하반기나 추후 3D TV를 생산할 가능성은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신제품 TV에 3D 기능을 적용할지 여부는 신제품 관련 정보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3D TV 역사속으로 사라진다…삼성·LG 사업 대폭 축소

LG전자 역시 3D 기능 적용 비율을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낮춘다. 3D 기능을 찾는 수요가 많지 않다 보니 프리미엄 제품에만 부가 기능 형태로 탑재한다. LG전자는 편광방식(FPR)을 사용하기 때문에 3D 기능 적용 시 삼성전자에 비해 비용부담이 적다. 3D 안경 역시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아 저렴하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해는 전체 TV 중 40% 정도에 3D 기능을 적용했는데, 올해부터는 3D 기능 적용 비율을 20% 수준으로 조절할 것”이라며 “3D 영화 등을 즐기는 소비자가 있기 때문에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3D 기능을 탑재한다”고 말했다.

3D 기능 축소는 예상된 일이다. 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UHD가 핵심이 된 반면에, 3D 콘텐츠는 큰 관심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3D 방송을 하던 국내외 방송사도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방송을 줄이거나 중단했다. 일부 영화 등을 제외하면 3D TV로 시청할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하다.

3D TV를 대체하는 기술이 등장한 것도 시장이 축소되는 원인 중 하나다. 화질이 UHD로 진화하면 3D를 일부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 UHD로 시청하면 원근감이 강화돼 입체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급부상하는 가상현실(VR) 기술이 독자적인 3D 생태계를 갖춰가는 것도 3D TV 입지를 좁게 한다.

3D TV 시장 부진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도 2013년부터 3D TV 시장은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보고서를 통해 “3D TV가 콘텐츠, 가격, 기술이라는 세 가지 장애물로 인해 실패했다”면서 “기존 TV 시청습관과 달리 안경을 쓰고 TV를 시청하는 상황이 소비자에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안경 없이도 완벽한 입체감을 구현하는 무안경 3D 패널이 개발되거나, 교육·건축설계·의료 등에서 3D 활용도가 획기적으로 늘어난다면 다시 3D TV가 관심을 끌 여지는 남아 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