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출·내수 절벽 금방 끝날 상황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 경제 성장세가 점차 둔화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KDI는 4일 ‘KDI 경제동향 2월호’에서 내수 회복세가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다소 완만해지고 수출은 감소세가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를 중심으로 점차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건설투자는 건축부문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미분양 주택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점이 중장기적으로 건설업 전반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은 중국과 신흥국 성장세 둔화와 저유가로 주력품목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부진이 심화했다고 분석했다.

KDI는 이날 발표에서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수출과 내수 부진이 성장세를 제약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2.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14일 취임한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3일 첫 회견에서 “경제성장률이나 내수에 급격한 변화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며 “올해 3.1%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유일호 부총리는 불과 20여일 만에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 1분기에 재정 등 21조원을 추가로 풀고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를 올해 6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거시환경에 대해서 한국은행과 상황 인식을 공유할 수 있다며 금리인하를 기대하기도 했다.

이러한 부양책은 전임 최경환 부총리와 별로 다를 바 없다. 재정 투입, 개별소비세 인하, 대규모 할인행사 등 단기부양책이 닮아도 너무 닮았다. 지난해 그런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경제성장률은 2.6%에 그치고 말았다. 약발이 오래가지 못하고 구조적으로 해결책이 되지 못했음을 확인했다.

그렇다고 속성처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급한 불을 끄려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다급하다고 1분기만 바라볼 수는 없다. 수출과 내수 절벽이 계속될 수 있다는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세계 경기가 저성장 터널에 들어선 지금 장기적인 체질 개선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