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입춘첩(立春帖)

[프리즘]입춘첩(立春帖)
[프리즘]입춘첩(立春帖)

해마다 입춘(立春)이 되면 입춘첩(立春帖)을 써서 대문이나 기둥에 붙이는 풍습이 있다. 입춘은 정월의 첫 번째 절기로 봄을 알리는 날이다. 이를 신년의 시작으로 여겨 한 해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는 글귀를 붙인다.

입춘첩에는 ‘입춘대길(立春大吉)’이나 ‘건양다경(建陽多慶)’을 많이 쓴다. 봄을 맞이해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좋은 일이 많이 생기라는 기원을 담은 글귀다. ‘국태민안(國泰民安)’ ‘개문백복래(開門白福來 )’ ‘가급인족(家給人足)’ 등도 많이 쓴다.

입춘첩을 여러 장 써서 지인에게 돌리기도 한다. 새해를 맞아 복과 행운을 함께 나누자는 의미다. 설과 입춘이 가까운 올해는 입춘첩 돌리기에 제격이었다.

설을 턱밑에 둔 입춘까지 경기도의회 분위기는 살얼음판이었다. 입춘첩이 붙어 있어야 할 자리에 상대방을 비방하는 성명서가 난무했다. ‘교육청 전자파 안심지대 지정·운영 조례안 재의요구안’이 여당 반대로 부결되자 야당은 합의를 뒤집는 배신행위라고 질타했다. 그러자 여당은 억지를 부리지 말라고 성명서를 냈다.

경기도의회는 지난달 28일 수정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도 순탄치 않은 과정을 겪었다. 여당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반영을 고집하며 수정예산안 심의를 거부, 야당이 단독 처리했다. 그 과정에서 도지사 공약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도지사가 준예산 때 누리과정 예산 2개월치 910억원을 집행한 데 대한 보복성이 짙었다. 도는 야당의원 지역사업 예산 부동의로 맞섰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촉발된 갈등으로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는 모양새다. 여야는 이렇게 부딪칠 때마다 성명서로 상대방을 규탄하는 것이 습관처럼 돼버렸다. 그동안 여야가 ‘성명서’라는 이름으로 뿌린 보도자료만 수십 건이다.

병신년(丙申年) 새해에는 국민과 기업을 볼모로 서로 헐뜯는 성명서 대신 훈훈한 입춘첩을 나누는 모습을 보고 싶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