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이 예상했던 중력파 존재가 100년 만에 확인됐다.
중력파는 초신성이 폭발하거나 블랙홀이 충돌할 때 만들어진다. 질량을 가진 물체가 폭발이나 충돌과정서 가속운동을 하게 되면 시공간에 출렁이는 변화가 일어난다. 이 출렁임이 빛의 속도로 우주공간에 물결처럼 퍼져 나가는 것을 중력파라고 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 상대성 이론을 통해 중력파 존재를 예측했으나 실체가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단장 이형목 서울대 교수)은 라이고과학협력단(LSC)과 유럽 비르고(Virgo) 협력단이 공동으로 두 블랙홀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방출된 중력파를 검출하는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이형목 단장은 “아인슈타인이 100년전 일반 상대론에서 예측한 중력파 존재가 확인됐다”며 “우주를 보는 창이 새롭게 열린 미증유의 사건”이라고 말했다.
공동연구단은 2015년 9월 14일 미국 동부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과 워싱턴주 핸포드에 위치한 라이고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에서 중력파를 검출했다.
라이고 관측소는 미국과학재단(NSF)이 지원했다. 미국 칼텍과 MIT가 검출기 건설과 운영을 맡고 있다.
LSC는 90여 기관과 1000여 명의 전세계 과학자들이 검출기 핵심기술 개발과 데이터 분석 등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을 만들어 LSC와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2009년부터 서울대, 한양대, 부산대, 인제대, 연세대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가수리과학연구소(NIMS)에서 20여명이 함께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 연구에서 KISTI는 라이고 데이터 그리드와 연동된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제공했다. NIMS는 온라인 분석 SW, 실시간 데이터 잡음 제거 SW, 데이터 품질 향상 알고리즘 등을 개발했다.
비르고협력단은 EU에 속한 19개 연구그룹 250여 명의 물리학자와 공학자들이 참여했다.
이번에 검출된 중력파는 태양질량의 36배와 29배 되는 블랙홀이 충돌 직전까지 가까워지며 0.15초동안 나온 신호를 분석해 얻은 결과다. 관측된 중력파 진동수 범위는 30~150㎐였다. 중력파 최대 진폭은 대략 1광년이 머리카락 굵기 정도로 변하는 폭인 10-21, 자료분석 결과 가짜신호일 확률은 500만분의 1이하였다.
중력파 검출로 인해 천문학자들은 천체를 보는 새로운 창이 열렸다는 평가를 내렸다. ‘중력파 천문학의 시작’이라는 의미도 부여했다.
이현규 한양대 물리학과 교수는 “천문학자들은 전통적으로 빛을 관측하는 방법으로 천체를 연구해 왔다”며 “이제는 빛으로 알수 없는 강한 중력장 부근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볼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대전=박희범 과학기술 전문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