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101>정말 위기인가?

[이강태의 IT경영 한수]<101>정말 위기인가?

재벌 회장님들이 계열사 CEO를 불러 모아 놓고 위기에 선제적 대응을 하라고 주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금 국내외 경제학자, 정치가, 기업가, 고위 관료들이 다 위기가 오고 있고 서둘러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보면 경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곧 지금 보다 더 어려운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위기는 이제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독한 위기일 가능성이 크다. 세계적인 위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리더들의 경고성 외침이 왠지 허공에 대고 외치는 느낌이다. 재벌사 임직원을 직접 만나 보면 대부분의 조직원들은 거의 만성이 되어 있었다. ‘그저 경영진 몇 명 또 날라가고 비용 줄이라고 난리 치겠구나’ 그걸로 끝이다. 왜 회장님들은 지금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혁신을 하고 생산성을 올리고 실행력을 높이라고 요구하고 계시는가? 역설적으로 임직원들이 스스로 알아서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이다.

사람이 생노병사를 겪는 것처럼 기업도 그렇게 흥망성쇠를 거친다. 기업이 존재하는 동안 어려울 때도 있고 문제가 터질 때도 있지만 기업 내부의 면역력과 회복 탄력성이 있으면 큰 후유증 없이 극복할 수 있다. 치명적인 전염병이 창궐해도 살 사람은 산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그러나 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어쨌든 살아남는다. 그래서 경제 위기 때의 기업의 면역력, 회복 탄력성, 지속성장 가능성은 매우 중요하다.

어느 조직이나 시간이 지나면서 때때로 위기를 겪는다. 지금 같이 나라 전체의 경제가 위축되고 있을 때에는 더욱 그렇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수출이 둔화되고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고 투자가 줄고 실업률이 올라가고 있다. 위기가 분명한데도 조직 내에서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면서 잠시 고개 숙이고 있는 것이다. 조직의 위아래가 위기를 느끼는 온도 차이가 크다. 사장이 아무리 위기라고 큰 소리 쳐도 임직원들은 또 다시 늑대 나타났다고 외치는 소년의 목소리로 듣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따뜻한 물에 있는 개구리 같다고나 할까?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너무 커져서 이미 정부 정책이나 국내 경기 활성화만으로는 우리 기업을 회생시킬 수 없다. 미국, 일본, 중국 정부가 재정정책으로 경기를 회복시켜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그 성패는 사실 기업의 경쟁력, 기업의 회복복원력에 달려 있다. 기업들이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가지 못하면 우리나라 경제는 희망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우리나라 기업들의 내부에서 위와 아래가 위기에 대한 인식이 다르고, 대응 태도가 다르고, 회사 전략 실행에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 정말 걱정된다.

그러면 어떻게 조직에 위기감을 불어 넣을 것인가? 전임직원이 회사의 위기가 곧 나의 위기라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환경과 회사의 현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려 줘야 한다. 리더들은 여러 채널을 통하여 위기를 빨리 느낄 수 있지만 매일 습관적으로 출퇴근하고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고, 오로지 정년퇴직만을 걱정하는 직원들은 아무래도 둔감할 수밖에 없다. 회사가 망하더라도 회사 주인이 바뀌는 것이지 나는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직원도 있다. 그동안 M&A를 하더라도 항상 고용보장을 해줬던 학습효과다. 연공서열의 폐해이기도 하다.

임직원들이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는 데에는 리더의 책임도 있다. 앞에서는 위기라고 하면서 자기의 근무방식은 전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위기라고 한다면 위에 회장님부터 달라져야 한다. 전쟁 중에 장수는 막사에서 갑옷을 입고 자야 한다. 후방에서 티 안 나게 지내면서 가끔 나타나 부하들보고 열심히 싸우라고 하면 어느 부하가 목숨 걸고 싸우겠는가? 중요한 것은 리더가 위기상황에는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자기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일하면서 말로만 위기라고 하면 임직원들이 따라 할 가능성이 적다.

기업이 건강하다는 뜻은 각 부서, 각 조직이 조화롭게 움직이면서 자기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건강하다는 것은 외부 자극에 대해 적절하게 반응하는 것을 말한다.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위아래 간에 소통이 잘돼야 한다. 전신의 신경망이 예리하게 살아 있고 순발력이 최고조에 달해 있어야 위험을 피할 수 있다. 경영진은 경영진대로, 직원은 직원대로 자기 소임을 다해야 조직이 위기를 견뎌낸다.

회사의 임직원들이 위기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위기 대응책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않고, 리더가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위기를 맞아 조직의 회복 탄력성이 발휘되지 못한다. 곧 닥칠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에 우리 기업들이 위아래가 똘똘 뭉쳐서 위기를 돌파하고 위기를 또 다른 성장의 기회로 삼는 그런 강한 기업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한국경제가 또 다시 도약할 계기가 되는 것이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