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5년이 되는 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세계적으로 충격을 던졌지만, 원전의 안전성을 한층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효율성에만 치중해 오던 원자력 사업자도 안전설비를 강화하는 등 무게 중심을 안전으로 옮겼고, 이들을 감독·관리하는 규제기관도 기준을 새로 만들거나 강화하며 한층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그런데 최근 원전을 둘러싼 환경에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정보기술(IT) 등이 발달하면서 기존과 다르게 원전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새롭게 등장하기도 하고 반대로 IT를 활용해 원전 안전을 강화하는 방법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합리적이고 선제적인 규제 시스템이 요구된다.
먼저 드론과 사이버위협 등 새로운 형태의 위협에 대비해 효과적 방호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최근 널리 보급되면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드론은 레이더 추적이 쉽지 않은 특징으로 범죄나 테러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반영해 원전의 물리적 방호체계를 설계하는 기준이 되는 설계기준 위협에 드론 위협을 반영하고 사업자가 이에 대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지 대응체계를 평가하게 된다.
2014년 겨울 한수원 해킹으로 원전에 대한 사이버테러 위협을 경험한 뒤 사이버 공격을 효과적으로 예방·탐지·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법령과 제도를 마련하고 원전 별로 정기검사와 특별검사 등을 통해 악성코드 감염여부, 원전 제어시스템의 무결성(integrity)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올해는 더 나아가 원자력 사업자의 사이버테러 대응 시나리오가 상반기 중에 수립되면 이를 평가해 강화된 방호조치가 적용되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설별로 사이버보안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관련 교육과 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해 대응역량도 강화한다.
IT를 활용해 원전 부품의 형상 관리를 고도화해 원전 관리 및 운영 체계도 근원적으로 개선한다. 앞서 원전 부품 품질위조 사건, 제너널일렉트릭(GE)의 밸브 부품 리콜 등을 통해 원전의 부품과 기기 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 원전 부품과 기기 등의 이력과 성능을 요람부터 무덤까지 철저하게 추적 관리하고 설계요건 불일치를 방지할 수 있는 정보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데이터 기반의 설계 결과물을 생산해 원전의 기기·부품의 설계부터 폐기까지의 전주기를 일관성 있게 추적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원전 부품 하나하나의 이력을 디지털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다 보면 위험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원자력 사업자가 2017년까지 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며, 시스템 구축 진행 상황에 대해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등 이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
안전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가끔 그것을 과소평가하기도, 때로는 과대평가하기도 한다. 현재의 안전이 미래의 안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변화된 환경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위험요인에 대해선 사전에 대비하고, 긍정 요인은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2016년에도 변화된 환경에 맞게 합리적이고 선제적 규제 시스템을 가동해 원자력 안전을 철저히 지켜나갈 것이다.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uclee@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