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상품에 관세를 없애는 세계무역기구(WTO) 환경상품협정(EGA:Environmental Goods Agreement) 타결이 임박했다. LED조명과 집진기, 인버터냉장고와 같은 환경상품을 제조·판매하는 에너지·환경 제품 기업의 관심과 대비가 시급해졌다.
15일 환경부와 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 17개 WTO 회원국이 EGA 협상에 참여해 환경상품 무역자유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내년 타결이 예상되는 환경상품협정은 협상 참가국이 합의한 환경상품 품목에 대해 모든 WTO 회원국에 최혜국대우 관세를 철폐하게 된다.
WTO EGA 협상은 WTO 회원국 환경상품 분야 품목 무세화를 추구하는 복수국 간 자유화 협상이다. 협정이 체결되면 품목에 포함된 환경상품은 국경 없는 무한경쟁을 벌이게 된다.
구체적으로 원산지 증명서 제출의무와 수입 시 6.07%(평균관세율) 관세가 없어진다. 해당 품목이 관세 없는 완전경쟁 돌입으로 우리나라가 수출에 유리한 제품은 원가경쟁력 확보가 가능하지만, 일부 경쟁력이 부족한 품목은 내수시장 잠식이 우려된다.
WTO는 다음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환경상품협정 제12차 협상을 열고 환경상품 품목 명단에 관한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품목별 지지의사 확인과 세부표기 단일화 협의 등이 이뤄진다.
WTO는 지난 2014년 7월부터 지금까지 열한차례 협상을 벌여 340여개 환경상품(우리 제안품목 30개 포함) 명단으로 대상품목을 좁혔다. 품목별로 환경편익과 세관 이행 가능성을 검토하고 각국 의견을 수렴했다.
환경상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환경피해를 측정, 예방, 제한하고 최소화하거나 이를 교정하기 위한 상품으로 정의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자원 투입과 온실가스·오염 물질 발생을 최소화하는 제품’인 ‘녹색제품’으로 지정했다.
논의 중인 품목으로는 대기오염관리, 폐기물처리, 에너지효율, 재생에너지 등 분야에서 정수처리설비, 하폐수 처리설비, 집진설비, 생물학적 여과장치 등이 포함됐다. 우리나라는 통상차관보 주재 민관TF 협의를 거쳐 46개 품목을 제안했다. LED조명, OLED패널, 가스 콘덴싱보일러·온수기, 리튬이온축전지, 탄소섬유, 열교환기, 파쇄·분쇄기, 무계목강관, 용접강관, 인버터냉장고, 물여과기 등이다.
현재 EGA 환경상품 리스트를 작성 중인 만큼, 최대한 우리나라에 유리한 상품은 포함시키고 불리한 상품은 제외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환경산업기술원이 지난해 하반기 환경기업 의견수렴을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나, 조사대상 중 40%만 참여하는 낮은 관심도를 보였다. 그나마 참여기업 중에서도 다자간협상(EGA) 인식도는 63%로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양자간 협정에 비해 낮았다.
정부는 업계가 EGA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비해 줄 것을 당부했다. 민감 품목 연구개발(R&D) 강화와 특허를 통한 시장 방어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자유화 품목에 대한 전략적 대응 전략 마련에 참여할 것도 요청했다. 협상동향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과 자사 취급품목·분야에 대한 적극적 의견 개진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감품목에 대한 반대논리를 정부에 전달해 협상에 활용할 수 있도록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도다.
통상 현안에 발맞춘 수출·입 시장 다변화 전략 수립과 환경부·산업부 등 유관기관 해외진출 지원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권고했다.
유호 환경부 해외협력담당관실 과장은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에 최대한 유리한 협상이 진행되도록 기업과 협·단체가 최대한 많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WTO 환경상품협정(EGA) 협상 경과를 공유하고 향후 대응 전략 마련을 위해 16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세계무역기구 환경상품협정 협상 설명회’를 연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