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금융 시장은 어느 때보다 국제 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국제유가가 글로벌 경기를 진단할 수 있는 주요 지표인데다 극심한 저유가로 산유국 재정위기가 현실화하면서 동조화 경향도 짙어졌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20~30달러에 진입하면서 산유국와 에너지 기업 자산 가치가 하락했고 재정위기가 심화됐다. 산유국 국부펀드가 재정적자를 메우고자 각국 투자 자산을 회수하는 악순환이 연출되면서 유가와 증시는 방향성을 같이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에 따르면 국제유가와 미국 S&P500지수 상관계수는 지난해 말 1에 가깝게 급등했다. 2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떠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감산 협의 소식은 금융 시장 향방을 가늠할 최대 변수다.
지난 12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3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무려 12.3%(3.23달러)나 폭등한 배럴당 29.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상승률로는 7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미국, 유럽 증시는 동반 급등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0%, 범유럽 지수인 Stoxx50 지수도 2.58% 올랐다.
수하일 빈 모하메드 아랍에미리트(UAE) 석유장관이 WSJ에 “OPEC 모든 회원국이 감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이 기폭제로 작용했다. UAE는 OPEC 내 대표 사우디아라비아파 회원국이라는 점이 의미를 더했다. 그동안 사우디는 감산에 소극적 자세를 취했지만 전향적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매수 동력으로 작용했다. 비 OPEC 국가 동참을 전제로 한 발언이어서 이행에 진통이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국제유가에 대한 산유국 인식이 ‘지나치게 낮다’로 좁혀지면서 반등 기대감도 높아졌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성을 결정짓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지만 상당히 간섭하며 상호 연관도가 커지고 있다”면서 “국제원유시장 공급과잉이 2017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북반구 겨울 기온에 따른 난방유 재고가 점차 감소하고 주요 산유국 감산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배럴당 40달러 내외 수준에서 점차 안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